▲동양그룹 유동성 위기 여파로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동양증권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점.
김시연
[기사 보강 : 1일 오후 3시 37분]"동양시멘트는 비교적 안전하다."
한 금융감독원 간부의 실낱같은 기대(?)는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도 1일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는 전날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을 포함해 5곳으로 늘었다.
동양시멘트는 이날 오후 춘천지방법원에 재산보전처분신청 및 포괄적금지명령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날 워크아웃 보도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조회공시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동양시멘트 주식 거래는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중단됐다.
1957년 국내 최초로 시멘트사업에 뛰어든 동양시멘트는 올 상반기 생산 능력 기준 업계 2위, 매출액 기준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는 업계 선두권 업체로, 동양그룹의 모체이기도 하다.
동양시멘트는 앞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부채 비율이 196%로 낮은 편이고 회사채 같은 시장성 차입금도 많지 않아 법정관리까지 가진 않을 것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그룹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된 동양시멘트 회사채만 2천 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결된 동양 계열사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규모는 1조 5천억 원 정도로 늘 전망이다.
이에 앞서 동양그룹 시스템통합(SI)업체인 동양네트웍스 역시 이날 오전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동양네트웍스에서 발행한 CP나 회사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증권 '조기 M&A' 가능성... 건설·조선·해운 등 '전염' 우려도
동양그룹 사태가 금융권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동양 계열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으로 '주인'이 사라진 동양증권의 M&A(기업 인수 및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은행·증권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동양증권은) 투자한 계열사 주식 관련 손실로 실적이 대폭 악화될 수 있는 데다 진정된 고객 이탈 재현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지배구조 문제, 영업용 순자본 비율 하락, 추락한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해 볼 때 조기 M&A 추진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8월 말 8조 9천억 원에 달했던 동양증권 CMA 자금은 9월 말 현재 4조 원으로 한 달 새 절반이 빠져나갔다. 대부분 지난달 23일 유동성 위기설과 금감원 특별점검 이후 빠져나간 돈이다.
아울러 서 애널리스트는 "동양그룹 사태의 근원적 문제가 부동산 침체, 소득 양극화, 주거비 급등 같은 구조적인 내수시장 장기침체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란 점을 고려해 볼 때 대기업의 추가 부실화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 여파가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선, 해운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한계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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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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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네트웍스마저... 동양그룹 해체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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