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케어'를 둘러싸고 의회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됐지만, 오바마케어는 1일(현지시각)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케어의 핵심 내용인 정부와 기업이 비용을 분담하여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만드는 의료 정책이 이날부터 시작됐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거래소'가 첫 문을 열었다.
연방정부가 문을 연 건강보험 거래소는 여러 민영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 상품을 한곳에 모아놓고 개인이 직접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는 '보험 장터'라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인은 약 48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거래소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등록해야 한다. 내년 3월까지 보험 가입을 완료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된다.
벌금은 어른 1명당 95달러, 자녀 1명당 47.5달러씩 가족당 285달러 한도에서 부과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난다. 오바마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미국인 95%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이 장악한 지역은 건강보험 가입 의무를 홍보하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까지 거부하며 건강보험 거래소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국민 성명... "정부 폐쇄는 공화당 탓"
오바마케어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지만 미국 연방정부는 일시 폐쇄라는 최악이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폐쇄 첫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며 공화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 폐쇄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공화당은 이념 선동(ideological crusade)으로 연방정부의 문을 닫으면서 몸값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 개혁안은 이미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고 대법원에서도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정부 폐쇄로 인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오바마케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 수 있기를 공화당에 촉구한다"며 "이는 이념적인 주장을 위해 미국 경제를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화당이 깨달아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방정부는 17차례의 정부 폐쇄를 경험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이 8차례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2~3일을 넘기지 않았다. 가장 오랫동안 정부가 폐쇄된 것은 1995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21일간이다.
20세기가 시작된 후 정부가 폐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심사는 과연 정부 폐쇄가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은 다행히 미국 경제가 호황기여서 충격이 작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더구나 오는 17일까지 의회가 서로 양보하여 부채 한도 인상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맞게 된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의 정부 폐쇄를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이유다.
오바마케어 거부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운명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이날 정부 폐쇄를 중단하기 위한 협상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즉각 거부했다. 여론의 비난 화살이 공화당에 더 많이 쏠린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공영 <CBS방송>과 <뉴욕타임스>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정부 폐쇄가 공화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44%로 나타난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다는 응답은 35%로 더 적었다. <CNN방송>의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났다.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7년 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예산안에 반대하며 정부 폐쇄를 야기했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21일간의 정부 폐쇄로 미국은 큰 불편을 겪었고,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맞섰던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당하며 깅리치는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오바마케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여론의 지지를 앞세워 '강공'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정부 폐쇄의 열쇠는 공화당이 쥐고 있다. 정치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베이너 의장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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