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전경.
남소연
정리하면 이날 검찰이 밝힌 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 국가기록원에는 정상회담 회의록이 전혀 없다. 둘째, 국가기록원에 정식 이관되지 않은, MB 정부 초기 유출 논란으로 인해 봉하마을로부터 회수된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해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셋째, 역시 봉하 이지원에서 또다른 회의록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세상에는 2007년 남북정상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회의록이 최소한 세 가지가 존재하게 됐다. 무단 공개 논란이 일었던 국정원본이 하나, 그리고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된 것을 검찰이 복구한 것 하나(복구본), 마지막으로 복구본과는 또다른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것 하나(발견본). 첫 번째 것은 국정원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두 개는 검찰이 가지고 있다.
최소한 하나 이상의 버전이 확보됨에 따라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에 대한 진위는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계속 주장했던 것과 달리 왜 국가기록원에는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지, 공식 이관 기록에는 없는데 봉하마을에 가져갔던 이지원에는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삭제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면서 어떻게 삭제가 됐는지, 그런 일이 벌어진 과정과 배경은 무엇이었으며 그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 등 여전히 복잡한 문제가 남게 됐다.
검찰은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검찰은 복구본이 삭제됐던 시점이나 NLL 관련 발언 내용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원본, 수정본, 이런 개념은 (지금 상태에서) 전혀 확정할 수 없고, 수사 중"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검찰이 삭제된 것을 복구한 시점은 최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작성 시점으로 볼 때 복구본이 발견본보다 더 앞선다고 말했다. 또한 복구본과 발견본에 대해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고 표현만 다르다, 내용이 여기에는 있는데 저기에는 없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량도 복구본, 발견본은 물론 국정원본도 모두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5일 고발장을 접수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후 70일 만에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검찰은 다음부터 관련자들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소환 대상자는 최소 10여 명에서 최대 3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회의록이 봉하 이지원에는 탑재된 경위에 집중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고발 혐의는 대통령 기록물 무단 삭제인데, 애초부터 지정이 안 됐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수사 관계자는 "아직 그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비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