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30여명은 1일부터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3일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윤필이(79) 할머니가 다리와 손목에 타박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윤성효
한국전력공사, 작업 인부 동원해 철탑 공사 계속주민들은 3일 오전 아침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끓이다가 경찰이 소화기를 발사해 분말이 섞이면서 먹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할머니는 "라면을 먹기 위해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불을 지폈더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자(57)·성은희(52)·신난숙(51)씨는 이곳에서 지난 1일부터 단식농성하고 있다. 김씨는 3일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신난숙씨는 '갑상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사흘째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 마침 이날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 소속 신도들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홍이승권 서울의대 교수가 있었다.
홍이승권 교수는 수액을 갖고 와 신씨한테 링거로 투여했다. 홍이승권 교수는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활동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수액을 갖고 왔다"며 "약을 먹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 반응으로 위험할 수도 있고, 심장 맥박이 불일치할 수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은 보호해 주어야 하고, 정부는 보상으로만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송전선로를 지하로 설치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 건강권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오후 한국전력 직원들이 작업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다 주민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인권단체 활동가 2명이 경찰에 연행되었고, 주민들이 찰과상 등 부상을 입었으며, 한국전력 여직원 1명이 병원에 후송되었다.
경찰측은 앞선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밤에 비가 오지 않는데 텐트가 필요 없기에 철거한 것"이라고, "산에서 가스레인지에 불을 피우면 화재 위험 등으로 산림법 위반에 해당하기에 방제 차원에서 소화기를 뿜었던 것인데 분말이 날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