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왕만두 찐빵' 집 사모님 모습. 김밥을 정말 맛있게 만드신다. 분식 집을 한 친정 어른들의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으신 덕분이리라.
정은균
사장님께서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드시는 만두와 찐빵 맛은 일품이다. 만두는 풍성하게 들어간 소를 씹는 맛이 좋다. 신선한 야채와 고기, 당면 등이 어우러진 소를 씹으면 적당히 아삭거리는 맛이 풍미를 더한다. 만두 피에 채 썬 당근과 부추를 넣은 것도 사장님만의 특별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찐빵은 그 부드러움이 말할 수 없이 좋다.
"만두나 찐빵은 간을 잘 하는 게 중요해. 속에 들어가는 것도 재료를 직접 사서 조리해 넣지. 찐빵은 발효 숙성을 잘 해야 하고. 요즘에는 편하게 숙성 기계로 하는 데도 많은데, 우리는 자연 숙성 방법을 써. 더운 여름에는 그냥 실온에서 하고, 겨울에는 난로 위에서 20여 분 간 하지."나는 찐빵도 발효 숙성을 하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반죽을 발효 숙성시키면 빵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밀가루 반죽에 막걸리를 넣으신 것도 숙성을 위한 것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손님들 중에는 찐빵을 직접 가져가서 쪄서 먹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불이나 온도 조절, 찌는 시간 등을 맞추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너무 찌면 오그라들고, 그렇지 않으면 빵이 퍽퍽해지는 문제 등이 생긴다.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나 인상적인 손님에 대해 말씀해 주시라고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와 찐빵을 사 먹고, 훗날 결혼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옛날 맛을 잊지 못해 왔다고 말하는 이들을 소개해 주셨다. 딱히 누구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 만큼 제법 많다는 어조시다. 그 말을 담담히 전하는 사장님의 목소리에 자부심 같은 것이 묻어났다. 맛집 소개하는 방송을 보면, 사장님들의 '포스'가 바로 이런 데서 느껴지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가게를 언제까지 꾸려가실 생각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여쭈었다. 사장님께서는 힘 닿는 데까지는 계속 하겠다고 하셨다. 건강히 살고, '먹는 욕심'(재물이나 돈에 대한 욕심을, 사장님께서는 특이하게도 이렇게 표현하셨다) 갖지 않고 소박하게 장사해 나가는 것이 바람이라고도 하셨다. 그런 말씀 중에 하신 한 마디가 내내 귓전에 남았다.
"고생만 안 하면 좋겠다."'고생'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면 '고생만 안 하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바람은 과한 욕심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민들의 삶에 '고생'이 떠날 날이 없는 세상이다. 가망 없는 욕심 때문에 생기는 '고생'이 아니다. 그것은, 가령 사장님처럼 하루 열두 시간을 부지런히 일하고도 보람을 찾기 힘든 데서 오는 박탈감 같은 것이다. 희망을 갖고 살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