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지우드의 기타 공장. 한 기술자가 기타 넥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환
지난 4일 인천시 부평구 청전동의 한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세한 나무먼지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작업대 위에는 오뚝이 같은 몸매를 한 드래드넛 기타가 틀 속에 누운 채로 매끈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단판 통나무를 구부려 옆면을 만들고 앞뒤를 붙인 '올솔리드' 기타들도 보였다. 완성된 이 기타의 소비자 가격은 약 100여만 원. 구매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일일이 기타 사양을 맞춰주는 '커스텀 기타'의 가격은 160만 원대부터 주문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근 너나 할 것 없는 불황 속에서도 이곳이 소화하는 고가 악기 주문량은 되레 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이 중소기업의 이름은 '지우드'. 지난 2007년 국내 기타시장 1위 업체이던 콜트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할 때 나온 기타 제조 기술자들 7명이 모여 만든 회사다.
콜트 중국 이전이 부른 국내 기타 시장 '르네상스'2007년은 국내 악기시장에 잊혀지지 않는 한 해였다. 연매출이 1500억 원에 이르던 세계 최대의 통기타 제조업체인 콜트악기는 이 해에 소속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이듬해 폐업을 선언했다. 생산기지를 국내에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인건비가 더욱 저렴한 해외로 옮기기 위한 조치였다.
콜트의 공장 이전은 몇 가지 '나비효과'를 낳았다. 우선 숙련된 노동자들을 버리고 중국으로 떠난 콜트는 몇 년간 품질저하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독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시장을 지배하던 1위 업체가 흔들리자 성음, 덱스터 등 후발 업체들의 몫이 늘면서 한층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콜트 해직 노동자들은 다양한 길을 걸었다. 다른 기타 공방에 취직한 이도 있고 아예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한 기술자도 있었다. 실업자가 되어 기타 제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새로 시작한 사람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공방들이 많이 생겨났다. 지우드도 그렇게 생겨난 업체 중 하나. 이런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상훈 지우드 사장은 "큰 회사들은 생산량을 바탕으로 OEM 생산을 주로 했고 10명 내외의 기술자들이 있는 공방들은 아무래도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