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돕기 후원금-물품 이어져

열흘 동안 후원금 2626만원... 핫팩, 오리털 파카 등도 쇄도

등록 2013.10.10 19:28수정 2013.10.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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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경찰, 밀양시 등과 싸우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난 열흘 동안 지원금 2626만6663원이 모아졌다.

10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후원계좌를 통해 총 2626만6663원이 입금됐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이름도 밝히지 않고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지역 시민단체인 '너른마당' 회원들은 밀양 시가지에서 송전탑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너른마당에 따르면 지나가던 시민들이 성금을 전달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1인시위 참가자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10만 원을 전달해 주고 갔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같은 후원금을 모아 밀양 주민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물품을 구입해 제공했다고 밝혔다.

a  밀양지역 시민단체인 '너른마당' 회원들이 4일 저녁 사무실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밀양지역 시민단체인 '너른마당' 회원들이 4일 저녁 사무실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 윤성효


연행자 석방을 위한 탄원서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지난 3일에는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11명이 연행됐고, 경찰은 그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책위는 이들에 대한 탄원서를 받아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제출했다. 대책위는 이틀 동안 총 5677명의 탄원서가 취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주민들을 위한 물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대책위는 "농성장에서 노숙하는 주민들을 위해 핫팩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지자 1주일 만에 8000여 개가 도착해 배송했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지역금속지회와 대림자동차 해고자복직투쟁위는 오리털 파카 135여 벌을 보내왔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초콜릿과 과자, 생수 등을 보내왔다.

밀양 주민들은 산속과 임도 등에서 농성하거나 경찰과 대치하느라 추수를 못하고 있다. 때문에 농촌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구집단 '수유너머'와 평화재단, 대학생나눔문화, 대학생 초록농활대, 풀무학교 전공부, 가톨릭 농민회, YMCA볍씨학교가 주민들의 일터에서 일손을 거들었다.


또 울산 아이쿱생협, 어린이책시민연대, 문탁네트워크, 밀양 너른마당 소속 회원들은 당번을 정해 농성장에 있는 주민들의 밥과 반찬을 챙기고 있다. 서울 시민 8명이 공동출자해 투쟁 현장에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인 '토닥토닥 밥차'는 1박 2일 동안 밀양 농성현장을 순회하며 주민들한테 식사를 제공했다. 경남한살림도 밥차를 곧 밀양으로 보낼 예정이다.

변호사들도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매일 1명의 변호사를 순번제로 현장에 상주 시키면서 주민들을 위한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의사들도 주민들을 돕고 있다. 대구경북과 부산지역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울산 '평등과 건강을 위한 의사 모임', '길벗 한의사회'도 농성장 주민들의 진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 소속 신도들이 현장을 방문했던 홍이승권 서울의대 교수는 수액을 갖고 와 단식농성 중이던 주민한테 투여하기도 했다.

a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공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밀양지역 시민단체인 '너른마당' 회원들이 8일 오전 사무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공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밀양지역 시민단체인 '너른마당' 회원들이 8일 오전 사무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 윤성효


종교인들도 주민들을 돕고 있다. 특히 천주교 신부·수녀들은 밀양에서 '현장 미사'를 올리기도 하고, 각종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울, 부산, 울산, 창원 등 여러 수녀회는 버스와 승합차를 타고와 여러 농성장을 돌며 주민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밀양 송전탑 긴급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66%가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에 일리가 있다고 답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국적인 여론은 보수언론과 한전의 일방적인 주장과는 많이 다르다"며 "압도적인 공권력으로 밀양 주민들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러한 작은 연대의 손길들을 통해 밀양 주민들의 정당성이 또 한번 확인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밀양 주민들은 이러한 자발적인 방문과 지원을 통해 큰 힘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양 송전탑 #너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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