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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깊어질 무렵부터 시작하는 시민강좌가 시작 되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9년째, 10월 들어 목요일마다 10회 정도에 걸쳐 각계의 강사들을 초정해 "자연이 내게로 왔다"는 이름 아래 강의를 해왔다. 직장인 퇴근 무렵인 7시에서 9시까지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에서 200여명의 신청자가 참석해 그 열기를 이어왔다.
그동안의 수많은 강연 중엔 가슴 뭉클한 뜨거운 감동의 강의가 많이 있었는가 하면 간혹 화려한 명성과 달리 뒷맛이 씁쓸한 강사도 있었다.
몇 년 전, "숲 생태계"에 대한 인상 깊은 강의가 있었다. 그 강사는 강의 말미에 자신은 아이들에게 "만약. 숲이 더 이상 자연 생태계를 이어가지 못할 지경이 되면 너희는 아이를 낳지 마라"고 했다는 비장한 메시지로 우리를 숙연하게까지 했었다.
한 수강생은 "인간의 과욕으로 인해, 지구를 지켜온 뭇 생명체의 파괴에 대해서는 미래에 절손까지를 생각했다는 생태학자의 고뇌"가 느껴진다고 수강 후기를 남겼던 걸로 기억한다.
한데 그 몇 년 후 그는 4대강 홍보대사가 되어 있었다. 학자로서의 신념이었는지 사회인으로의 또 다른 종류의 신념이 작용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일을 계기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을 때마다, 지식에서 나오는 현란한 말과 그의 실제 삶의 궤적을 연결시켜 면밀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의 첫 시간은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강의였다.
멀리서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어려운 외모에다 여자 음색 치고는 아주 낮은 저음의 강의가 시작 되었다. 강의라기보다는 미리 주어진 질문과 즉석의 질문에 답을 하는 이야기 나눔 시간 이었다.
그저 질문에 답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 나갔지만 그녀의 말이 내게 와 닿았던 것은 삶과 가슴을 통해 체험된 이야기를 접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사람이 나만 외롭고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화려해 보이는 남의 이면을 보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곧 죽을 것만 같을 때가 있지요...... 사는 게 목적이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숨 쉬면 사는 것이지요. 그쵸?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될 때, 눈을 돌려 둘러보세요.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지푸라기가 널려 있어요."
"강단에 서는 게 힘들었어요. 지금의 청춘은 정말 너무 힘들어요. 그 힘든 20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어요. 그래서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 책임의 많고 적음은 있을지언정 어떻게 인간적인 관계에서 신분의 고하가 있겠습니까?
그저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는 목표가 있을 뿐이지요."
"세상에 해만 주고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자연에 폐를 끼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환경에 관심이 가는 것이지요,"
"애들이 생각 없이 막 나가는 것 같아도 다 알고는 있어요. 어떤 게 옳은 것인지. 인간이 일생에 할 일은 거의가 같다고 해요. 그리고 너무 어려서부터 억지로 짖눌러버리면 다 커서 엉뚱한 짓을 할 수도 있어요.그리고 애들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그들의 모습을 정말 애써서 참고 누르며 지켜봐주고 있다는 것을."
솔직한 이야기와 질문들이 오갔다.
그리고 단체로 수강하러온 고등학생들과 수강자들이 인증 샷을 찍고 싸인을 받으러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천천히 강의실 빠져나왔다. 밖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아주 단단하고 잘 자란 수종 좋은 나무 한그루를 대하고 오는 느낌 이었다.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내면의 상처 치유에 이른(순전한 내 판단이지만) 그녀가 한편으론 대단해보였다.
참, 그리고 아무리 힘든 시기를 거쳤을지라도 '사람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은 그 얼굴에 '세상의 시간과 상관없는 해맑음과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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