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외부 불순세력 척결 궐기대회' 무산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 성명서로 대체 ... 송전탑 경과지 주민 항의

등록 2013.10.12 13:28수정 2013.10.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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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 11일째인 12일 오전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공동대표 김태호·최화정)가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행사 자체가 무산됐다.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는 이날 오전 11시 밀양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집회 시작 30여분 전부터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들었다.

집회 시각이 가까워지면서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한 두 명 밀양시청 앞에 나타나자 할머니·할아버지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 회원들은 달아나다시피 하면서 물러났다.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윤성효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있다.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있다.윤성효

할머니들은 "송전탑이 좋다면 니 X구녕에 꽂아라"거나 "사회봉사단체 좋아하네", "누가 외부세력이냐. 우리와 연대단체이고, 경찰이 외부세력이다", "철탑이 좋으면 밀양시청에 세워라", "경찰은 한전 X냐. 리조트에 지내지 말고 X집에 살아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30분경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은 "총궐기대회를 취소했다"며 "주민들은 돌아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방송 차량에서는 "주민들은 해산하라"는 선무방송을 했다. 이에 주민들은 "경찰이 사유재산 에워싸고 있는 것은 괜찮고, 시민이 시청에 오는 게 불법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밀양시청 앞에 나온 무궁수훈자회 밀양지회 박찬동 지회장은 "송전탑은 솔직히 반대하고, 주민들은 금융담보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한전이 땅을 다 사들여야 하고, 시민 아픔을 해결해야 하며, 그런 조치와 송전탑 공사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지회장은 "우리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오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그 사람들보다 경찰이 먼저 물러가라"거나 "아무 데나 종북 타령이다. 또 무슨 종북이란 말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주민들은 1시간 가량 밀양시청 앞에 모여 있다가 해산했다.

협의회 "종북세력에게 강력히 경고"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 최화정 공동대표가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는 모습.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 최화정 공동대표가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는 모습.윤성효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있다가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있다가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윤성효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는 집회를 열지 못하고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 단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고향 밀양이 최근 송전탑 공사재개에 따른 사생결단식 반대투쟁과 이를 막으려는 대규모 경찰병력 투입으로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8년간 끌어온 밀양송전탑 갈등을 매듭짓고자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하여 전례없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순한 외부단체의 개입으로 주민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송전탑 반대투쟁의 최일선에 계신 분들은 연로한 어르신들로서 한창 추수로 바쁜 농번기에 생업까지 잠시 접어둔 채로 밤낮으로 산길을 오르며 힘든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심신의 건강을 먼저 염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는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송주법을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켜 고통받는 밀양시민과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한 밀양을 평온하고 따뜻한 밀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외부 정치인들은 밀양을 위한답시고 당신들의 당리 당략을 위해 책임못질 말과 행동을 자제하라"며 "이는 우리 밀양을 더욱 더 분열과 갈등의 도가니에 빠뜨릴 뿐임을 명심하고 일체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한전과 경찰은 공사를 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면서 무엇보다도 우리 지역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지금 밀양에서 마치 영웅인양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는 급진 외부 불순 세력들은 밀양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연로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통합진보당, 녹색당, 민노총, 반핵․탈핵단체를 비롯한 외부 불순 세력들은 지금 당장 밀양을 떠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밀양시민들의 자존심을 걸고 경고하는 바이며, 만약 이 시간 이후로도 밀양의 갈등을 계속 조장할 경우 우리 밀양사회봉사단체 협의회 1만여 회원들 비롯한 밀양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국가를 전복하려는 내란음모를 꾸미고도 농담이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무덤을 파고 목줄을 걸어 놓고도 조작된 여론이라며 발뺌을 하는 종북세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라도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행위는 당장 중단하고 밀양시민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대책위 "집회에 조해진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보여"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무공수훈자회 밀양지회 박찬동 지회장이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모습.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무공수훈자회 밀양지회 박찬동 지회장이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모습.윤성효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12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외부 불순세력 척결 총궐기대회’를 열려고 하자 송전탑 경과지 주민 수십명이 밀양시청 마당에 모여 항의하면서 집회가 무산되었다. 사진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윤성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날 논평을 통해 "애초 주최측은 1000명의 인원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예고하였으나 실제 현장에는 20~30여명도 채 되지 않은 소수의 인원이 참석하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주민들은 '우리를 도와주는 분들은 우리의 아픔을 만져주러 오는 분들이다, 진짜 외부세력은 주민들 괴롭히는 경찰과 한전이다'며 항의하였다"며 "주민들이 참가자들에게 '여기에 왜 왔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내용도 잘 모른다,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러 왔다, 나가보라고 해서 나왔다'고 답하였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현장으로 향하는 전국의 연대의 물결을 '불순 외부세력'이라는 독재 시절 공안당국이 썼던 시대착오적인 용어까지 써 가면서 왜곡하려는 관변단체의 주장이 실상 밀양 시내에서조차 아무런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외부세력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악랄한 선동에 대해 신랄하게 반박한 것은 밀양 송전탑 주민들과 연대 세력이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라며 "밀양 주민들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연대 세력과 밀양 주민들을 분리시켜 주민들을 고립시키려는 저들의 의도를 주민들이 정확히 간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관변단체 집회에는 지역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실 관계자도 얼굴을 내비쳤다가 주민들에게 쫓겨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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