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적대
김종길
이 길을 걸으리라 마음먹은 것은 전날이었다. 연무대에서 화성열차를 타고 이동을 하던 중 여행자의 눈을 매료시킨 건 다름 아닌 성벽이었다. 새로 쌓은 깔끔한 성돌 대신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은 검은 갈색의 성돌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제멋대로 생긴 돌을 최소한으로 다듬어 쌓아 올린 성벽에서 무한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화성에서도 장안문에서 화서문에 이르는 성벽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걸음은 북서적대에서 잠시 멈췄다. 적대는 성문과 옹성에 접근하는 적을 막기 위해 성문의 좌우 옆에 있는 치성 위에 설치한 방어시설이다. 성에서 가장 방어가 취약한 성문을 옹성이 일차로 보호하고 다시 적대를 좌우에 쌓아 방어했으니 화성의 견고함을 엿볼 수 있는 시설물이라 하겠다. 성 아래 가까이 다가온 적들의 동태를 살피고 공격할 수 있도록 위아래로 길게 구멍을 낸 현안과 쌓은 담장마다 총구멍인 총안을 내었다.
북서포루와 북포루는 한글로는 같은 음인 '포루'로 표기하지만 용도는 다르다. 북서포루(砲樓)는 동포루, 서포루, 남포루, 북동포루와 더불어 화성에 있는 5개의 3층 포루 중 하나다. 벽돌로 지었는데, 성벽에 대포를 발사하기 위해 구멍을 뚫은 혈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