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상대적 피해,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크다"

현대경제硏, '한·일 태풍 피해 비교' 보고서 통해 밝혀

등록 2013.10.22 13:40수정 2013.10.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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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발생한 태풍의 위력이 만만찮다. 21일 현재 27호 태풍 '프란시스코(FRANCISCO)'와 28호 태풍 '레끼마(LEKIMA)'가 차례로 발생해 북태평양에서 이동 중이다. 이 태풍들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10월 하순에 발달한 태풍이라는 점에서 이를 간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또 지난 23호 태풍 '피토'(FITOW·9월 30일 발생)와 24호 '다나스'(DANAS· 지난 4일 발생)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을 위협했다. 우리나라를 비켜간 태풍 '피토'는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2m, 중심 최저기압 955hPa의 위력으로 지난 7일 중국에 상륙했다. 이는 10월에 중국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1951년 이래 가장 강한 수준이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소방방재청

피토의 영향으로 저장성에서만 최소 5명이 숨졌고 4명이 실종됐다. 푸젠성, 저장(浙江)성과 상하이(上海) 등 지역에 300여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22억8000만 위안(약 400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4호 태풍 다나스는 지난 8일 매우 강력한 중형급으로 우리나라에 접근했지만 다행이 제주도 부근 해상에 가까워지면서 중간 강도의 소형으로 세력이 꺾인 채 한반도를 빠르게 지나갔다. 세력이 약화되면서 우리나라에 우려했던 만큼의 피해는 없었지만 어선 침몰, 방파제 파손 등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앞서 태풍 '다나스'가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일본 오키나와를 강타해 피해가 속출했다. 당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0m에 달할 정도로 강력해 일본 열도 전체가 긴장해야만 했다. 7일 오후 일본 남부 오키나와 옆에 위치한 아마미 제도 등의 주택 등 2만 세대가 정전됐고 오키나와 등지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 140여편도 결항됐다.

이렇듯 여름 못지않게 가을태풍의 위력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가을이 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며 태풍의 진로가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가을태풍이 발생하고 그 강도가 세지는 원인에 대해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최근 북태평양 해수온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한·일간 태풍 피해 비교'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지난 10년간(2002~2011년) 태풍의 내습 빈도나 절대적 피해액은 일본이 컸지만, 국토면적·인구수·GDP(국내총생산) 등에 따른 상대적 피해는 한국이 큰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태풍의 월별 진로 <자료=기상청>
태풍의 월별 진로 <자료=기상청> 기상청

태풍의 발생


태풍은 열대저기압 중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을 기준으로 그 위력을 구분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26℃ 이상 되는 특정한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저기압 중에서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초당 17m 이상인 것을 태풍(Typhoon), 허리케인(Hurricane),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이라고 한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17m 이상인 것을 태풍이라고 정의하고, 태풍의 강도를 약·중·강·매우 강으로 분류한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태풍을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33m 이상인 것으로 분류하고 그 이하는 열대폭풍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2002~2011년) 발생한 자연재해 중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419명, 재산피해는 13조 815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자연재해 중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기간 자연재해로 발생한 인명피해 규모는 680명으로, 이 중 61.6%(419명)가 태풍에 의한 피해였다.

재산 피해의 경우에도 전체 자연재해 중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02~2011년간 자연재해로 발생한 재산피해 규모는 약 21조 2145억원(2011년 가격 기준)이고 이 중 65.2%인 13조 8158억원이 태풍에 의한 피해였다.

한국의 태풍 내습... 빈도 줄고 강도 세져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내습한 태풍의 강도는 더 세졌다.

2000년 이후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연평균 22.8개가 발생했고 그 중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연평균 2.9개였다. 과거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을 보면 1970년대 연평균 3.4개였고, 1990년대에는 연평균 3.8개에 달했다. 

반면 강도는 더욱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그 빈도는 줄었지만, 강한 태풍의 한반도 내습이 늘어난 것이다. 태풍의 강도를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에 따라 열대저압부(TD)이하, 열대폭풍(TS), 강한열대폭풍(STS), 태풍(TY)으로 나눴을 때, 일반적으로 국토에 많은 피해를 입히는 STS와 TY의 비중은 2000년 이후 69.3%(전체 상륙태풍 13개 중 9개에 해당)에 달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기상청과 학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시작했다. 슈퍼태풍은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65m 이상인 태풍으로 우리나라 태풍 분류기준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다만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65m 이상인 태풍을 '슈퍼태풍'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태풍 분류기준은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44m 이상인 것을 모두 '매우 강'으로 분류하고 있다.

 강풍의 세기가 가장 강했던 태풍은 2003년 한반도를 내습한 ‘매미’였다. 당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 강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60m에 달했다. <자료=기상청>
강풍의 세기가 가장 강했던 태풍은 2003년 한반도를 내습한 ‘매미’였다. 당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 강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60m에 달했다. <자료=기상청> 기상청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강한 태풍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국내 내습 태풍역시 강도가 강해지면서 슈퍼태풍으로 발전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태풍의 통계를 보면 1970년대에는 초당 56m가 넘는 태풍이 연평균 11회 발생했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18회로 증가했다.

특히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의 순간최대풍속은 초당 60m, 2012년 15호 태풍 볼라벤의 순각최대풍속이 초당 53m로 관측되면서 슈퍼태풍의 내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태풍, 절대적 피해는 일본·상대적 피해는 한국이 커

한국과 일본은 북태평양 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태풍피해 국가이면서 기후·지리적 조건이 비슷하다.

한국과 일본은 대표적인 폭풍우를 동반한 태풍의 피해국가로 그 피해 양상도 유사하다. 양국은 매년 6~9월 북태평양 서부 지역에서 태풍의 내습을 자주 겪고 대규모 피해를 입는 대표적 국가이다. 특히 두 나라 모두 국지성 호우와 강풍이 피해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최근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해일 및 파고에 의한 피해 발생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태풍 피해 비교를 통해 두 나라간 방재시스템의 차이를 비교·평가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기준은 절대적인 피해와 상대적인 피해로 나눌 수 있다.

절대적인 비교는 태풍피해의 절대적 규모와 피해의 절대액을 살펴, 양국의 피해노출 정도와 경향성을 비교한다. 상대적 비교는 태풍의 발생횟수와 피해규모를 비교해 기후·지리·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한 피해액으로 산정한다.

최근 10년간(2002~2011년) 발생한 태풍을 기준으로 보면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빈도와 절대적인 피해액은 한국이 일본보다 적다.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한국보다 일본이 더 많았던 것. 한국은 이 기간 총 16개의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는 연평균 1.6개에 해당한다. 일본의 경우 같은 기간 총 41개의 태풍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연평균 4.1개의 태풍이 일본을 지나갔다.

태풍의 절대적 피해액도 한국에 비해 일본이 더 많았다. 한국의 연평균 태풍피해액은 1조 3816억원으로 같은 기간 일본의 3조 537억원 보다 적었다.

하지만 상대적인 피해는 우리나라가 더 컸다. 한국과 일본의 태풍 피해 정도를 국토면적·인구수·내습 태풍수·GDP규모 등을 이용한 상대적 지표로 비교해 볼 때, 한국의 피해가 일본에 비해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2~2011년 동안 한국의 상대적 태풍 영향 빈도는 국토 1만㎢ 당 1.6개로 일본의 1.1개보다 오히려 높았다. 또 10년 평균 한국의 태풍 1개당 피해액은 약 8635억 원으로 일본의 7271억 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구규모 대비 (태풍에 의한) 사망자 수도 일본보다 한국이 많았다. 10년 간 한국의 인구 10만명 당 연평균 사망자 수는 0.09명으로 일본의 0.04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GDP(국내총생산) 대비 피해액도 평균적으로 한국의 피해액이 더 컸다. 2002~2011년 연평균 GDP 대비 피해액 비중은 0.11%로 일본의 0.06%보다 2배가량 높았다.

한반도 강도 높은 태풍 내습 가능성... SOC 내구성 강화해야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소방방재청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한국 근해의 기온이 상승하는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강도가 높은 태풍이 내습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의 사회·경제 규모를 고려한 태풍재해 방재시스템이 취약하고 SOC와 같은 주요 자산의 내구성도 낮다고 판단돼 앞으로 태풍재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향후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도로·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의 지속적인 내구성 강화 노력과 관련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태풍 재해에 대한 방재시스템이 취약하고 SOC와 같은 주요 자산의 내구성이 낮은 만큼 이를 견고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의 자연재해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기상관련 교육의 강화, 민간 기상산업의 육성 등 선제적인 재해예방에 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날씨 보험, 재해 보험 등의 가입을 통해 태풍과 관련된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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