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 때 모습.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최근 박 시장 신당 합류 제안을 일축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탈당 의사 질문에 "이미 입당해서 당원이 돼 있는데 탈당을 해서 다른 곳으로 나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화 무쌍한 정치 상황에서 미리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정에 올인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을 1순위로 놓고 시정에 전념하겠다" 앞서 오는 27일 정확히 취임 2주년이 되는 박 시장은 "2년 전 노량진의 새벽수산시장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며 "어물전 사장님이 비린내 밴 손으로 어떻게 악수를 하느냐며 '우리 같은 서민들 잊지 말아 달라'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곁으로 다가서 진정 위로하고 이분들 언덕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첫 마음 그대로 겸손한 자세로 늘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반값등록금, 올빼미버스 등 자신의 성과를 나열했다. 그는 "시간 부족 때문에, 내 역량 부족 때문에 미완의 사업들도 적지 않다"며 "아직 완전히 뿌리내리고 착근하기까지는 많은 정책들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임기 마지막 날까지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삶을 챙기고, 민생을 살리는데 제 모든 힘을 쏟겠다"며 "늘 시민을 제 삶의 제1 순위로 놓고, 남은 시간 시정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흘린 땀보다 흘릴 땀을 생각합니다'고 적힌 플래카드에 서명했다. 이후 그는 2년간 자신이 결재한 서류철을 쌓아둔 책상에 앉아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2년간 가장 힘들었던 일,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과거를 회고할 여유가 없었다. 짧은 임기이고 정책을 새로 만들고 추진하느라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기 때문에 어떤 아쉬움이 남는지 회고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19개 구청 현장실과 전통시장 등 주제별 시장실도 만들었다. 그 때 만났던 시민들에게서 정책적 영감을 받았다. 그 분들 말씀을 들으며 '내가 뭘 잘 못하고 있는가'하는 통절한 자기 비판을 할 수 있었다. 정책이 실현돼 시민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
-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 "현재 내년 예산을 짜기 위해서 예산 담당관과 각 부서와 토론하고 논쟁하고 야단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 외부위원이 10월이 돼서야 예산안을 논할 게 아니라 5, 6월부터 영역별로 큰 틀에 대해서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년부터 그렇게 합시다'했더니 한 간부가 내년 5월은 선거운동 할 시간이라고 하더라. 내가 내년에 선거 있는 걸 깜빡 잊었다.(웃음) 시정에 전념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 무상보육 예산 문제 때문에 지방채까지 발행했다. 혹시나 내년에도 그럴 일이 있을까? "알 수 없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문제다. 국회는 중앙 정부가 제안한 30대 70 부담비율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가 이 부분을 심각하게 토론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 기회를 빌어 중앙 정부에 요청컨대, 복지는 이미 대세다. 정치 싸움이 아니다. 철학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국정원은 내가 두려운 것 같다, 시민 선택 받은 날 왜 제압하나"- 그동안 마을공동체 1500개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피부에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눈에 띄는, 외형적인 것에 매달리는 것 같다. 상식에 맞는 시정을 펼친다는 것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삶의 구체적인 변화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태도나 철학의 변화가 초래돼야 해서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2년 안에 성과가 난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마을에 표지판을 세운다면 금방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모임하고 토론하고 이런 것들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직원들에게 항상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객관적인 평가나 지표를 측정하고 발전시키 돼 문서상의 수치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예를 들어 창업교육시설에 청년이 몇몇 수업을 받았는지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나간 청년이 얼마가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벌였는지가 중요하다."
- 국정원 추정 사찰 문건 주인공인데... 대선 개입 사태 등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과 대안은 무엇일까. "국정원은 내가 두려운 것 같다. 천만 시민에게 선택받은 나를 왜 제압을 하나. 국회가 어쨌든 이것에 대해서 논란을 벌이고 있으며 또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는 정치권에 맡겨놓고 시정에 전념하겠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는데 많이 한 것 같다. 그 중에서 시장의 브랜드가 뭐라고 생각하나? "시장의 브랜드가 시민에게 인지돼야 한다는 신화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 사실 일을 어마어마하게 했다.(웃음) 하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나. 집중하는 순간 다른 사업은 망가진다. 시민들에게는 변화가 천천히 올 거라고 생각한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하나? "정치에는 원칙과 상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물론 좀 인기가 없긴 하지만, 이미 입당해서 당원이 돼 있는 마당에 탈당을 해서 다른 곳으로 나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 아무튼 정치라는 것은 변화무쌍한 것이어서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시정에 '올인'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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