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장군목 일대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길
해가 저물었다. 강도 저물었다. 섬진강을 닮은 붉은 얼굴의 사내가 검은 강으로 총총 사라졌을 무렵 우리는 장군목으로 향했다. 천담마을에서 좁은 다리를 건넜을 때만 해도 장군목이 지근거리에 있는 줄만 알았었다.
다리 건너 초입에서 장군목 표지판을 보고 산비탈 오르막을 들어서니 길은 양 갈래다. 한쪽은 산을 향해 치닫고, 다른 쪽은 석전마을 농가에서 막다른 길이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좁고 급한 산길마저 포기하고 다시 717번 지방도로로 나와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시간을 잃어버린 장군목 가는 외진 길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사실 구담마을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곧장 걸어가면 장군목까지 1.68km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안 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였다. 임실 구담마을에서 강 건너로 보이는 물돌이 마을이 회룡마을이다.
구담마을에서 징검다리를 건너거나 세월교를 통해 강을 건너면 회룡마을을 지나 장군목으로 이어진다.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진메마을, 천담마을, 구담마을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이 장군목구간이다. 구담마을에서 강을 건너 장군목까지 곧장 걸어갔다면 얼마 되지 않았을 거리를, 아무런 정보 없이 떠난 초행길은 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