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출 거부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 DVD 제작 예산 '협찬처'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박 처장의 자료제출 거부로 국감은 일시 중지됐다.
남소연
[3신 : 28일 오후 8시 10분] 박승춘, '국정원 협찬 의혹'엔 입 닫아국가보훈처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28일 파행을 거듭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안보교육 동영상 DVD세트' 제작 협찬자에 대한 답변을 끝끝내 거부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은 박 처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즉각 고발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감 일정을 이유로 대며 추후에 논의하자고 맞섰다.
거친 신경전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정무위 소회의실에서 박 처장에 대한 고발 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려 하자,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정론관에 가서 하면 되지. 여긴 회의실 아니냐"며 간담회 개최를 막아섰다. 그는 "국감기간 중에는 휴게실 아니냐, 방해하는 거냐"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질타를 받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민주 "답변 거부한 박승춘 즉각 고발해야"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간담회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은 '안보교육 DVD 협찬이 국정원인가'는 물음에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다"며 "이는 명백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으로 바로 고발해야 함에도 새누리당 정무위 위원들은 고발할 것을 미루며 국회를 무시하고 있는 보훈처장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이 제기된 안보교육 DVD는) 지난 대선기간 국민을 상대로 진행된 안보교육의 핵심 증거물로, 보훈처 22만 명, 국방부 170만 명 등 2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문제의 영상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다"며 "국정원의 자금과 정보제공으로 (DVD 제작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데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댓글 수준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전 정권을 비난하는 직접적 교육을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기정 의원은 "2012년 국정원이 안보 관련 동영상을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 공정위 등에 배포했는데 이 영상이 보훈처에서 제작한 DVD와 일치한다"며 "국정원이 일괄해 다양한 형태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2011년 2월 박 처장 취임 이후 진행된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사업이 안전행정부·국방부로 연계돼 '대선개입성' 안보교육이 진행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2012년 2월 비공개 지침으로 '2012년도 공직자 안보교육 지침' 공문을 발송했다. 국가 및 지방공무원 교육훈련지침 개정으로 연 2회 이상 각급 기관단위로 안보교육을 실시하라는 골자의 공문이었다. 보훈처는 같은 시기, 나라사랑교육 표준강의교재를 제작, 배포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박 처장이 초대회장을 지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아래 국발협)' 등에 '안보교육'을 위탁했다.
김 의원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지금까지 알려졌던 댓글이나 트위터 등 온라인상의 대선개입활동이 아니라 약 200만 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상의 대선개입, 국가공무원법 위반행위가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처장은 '정수장학회는 (협찬자가) 아니다'고 답했지만 국정원의 협찬 여부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며 "사실상 국정원의 협찬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박 처장 간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국정원-국군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의 삼각 커넥션을 의심했다. 그는 "이종명 전 3차장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온 사람이다, 만약 국정원이 (보훈처의) DVD 예산을 지원했다면 '3각 커넥션'이 다 밝혀지게 된다"며 "이에 대해 최종 확인을 요청하는데도 (박 처장이) 답변을 거부하고 있으니 그를 고발하지 않는 한 진상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 예정된 국정감사를 중단하자는 게 아니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오늘(28일) 국감이 끝날 때까지나 종합국감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박 처장에 대한 고발 조치에 대해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뜬금없이 '선진화법' 위반 제기한 새누리... "민주당 사과하라"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국감을 '대선불복' 정치선전의 장으로 삼으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무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박 처장에 대한) 고발조치를 국감 선행요건으로 내걸었고 이에 새누리당은 고발여부를 여야 간사에게 맡기고 국감을 이어가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발 여부는 여야 간사 협의와 법률전문가 자문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을 명분으로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박 처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박민식 의원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이 꼭 정무위가 아니라도 다른 법률과 충돌이 생기는 법률"이라며 "(개인정보보호가) 정당한 사유인지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 DVD 내용에 대해서도 "다 보지 못했다"면서도 "전후 맥락을 봐야지, 핀셋으로 뽑듯 몇몇 부분만 문제 삼아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협찬자가 (박 처장이 말한) 개인정보보호법 대상인 개인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면 문제가 큰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것도 확인해봐야 하는 사항"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생뚱맞게 '국회 선진화법'을 걸고 나오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정무회의 회의실을 무단 점거해 대선에 불복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며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것으로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즉, 앞서 열린 민주당 정무위원들의 기자간담회를 '점거' 행위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국회 정무위 소속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회의장으로 지정된 곳은 정무위 전체회의장이고 오늘 민주당 정무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한 곳은 국정감사 위원들의 휴식 공간"이라며 "민주당은 회의장을 점거하지도, 국회법을 위반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답변을 거부하는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위법성을 논의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라며 "민주당의 당연하고도 정당한 행위에 대해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기 보다는 신성한 국정감사의 장이 훼손당하는 현재의 상황을 함께 바로잡아 나갈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 중지 사태는 5시간 가까이 흐른 뒤에야 풀렸다. 여야 간사는 박 처장에 대한 고발 조치에 대해 적극 검토한다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쳤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국감을 재개하며 박 처장의 태도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보훈처장이 국감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여야 없이 질타하고 있다, 국감 중지 때도 웃고 하는데 (국회를) 비웃는 거냐"며 "국감을 받는 태도와 답변이 그렇게 무성실해서 어떻게 하겠나"라고 질타했다.
[2신 : 28일 오후 4시 38분 ] 박승춘 보훈처장 "자료 제출 못해"... 야당 의원들 발끈"말도 안 되는 저 얘기를 들어준다면 국회가 자기 임무를 포기하는 겁니다. 정도껏 해야죠."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분통을 터뜨렸다.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 DVD 제작 예산 '협찬처'에 대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답변 직후였다. 28일 오후 재개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또 다시 중지됐다. 감사가 재개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 처장은 이날 오전 내내 '협찬처'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더니, 오후 재개된 국감에서는 아예 관련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박 처장은 강기정 민주당 의원에게 자료 제출 요청을 다시 받자 준비한 쪽지를 들고 준비했던 답변을 그대로 읽었다.
"DVD 협찬자와 관련해서는, 다시 한 번 관련법을 검토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보면, 개인정보의 수집·제공·이용에 대해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협찬자가 밝히길 원치 않는다.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말을 드린다." 자료 제출을 요청했던 강 의원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피감기관이 '개인정보보호법'을 명분삼아 대선개입 의혹은 물론, 위법정황까지 드러난 사안에 대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육사 후배인 이종명 전 3차장이 협찬한 것 아니냐" 야당 의원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김기식 의원은 "저 얘기는 지난해 국감 때도 얘기했다가 법리적으로 말도 안 된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며 "법률가이신 위원장(김정훈 새누리당 의원)과 여당 간사(박민식 새누리당 의원)가 판단해달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그는 "처장이 말한 건 국가기관이 이름·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관련해 수집한 것을 본인의 동의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이 법률(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협찬받은 것에 대해 협찬자가 누구인지 밝히라는 데 개인정보보호법을 거론하다니, 극보수 성향의 법률가에게 물어봐도 말도 안 된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도 김 의원은 국정원의 협찬 사실 여부를 묻는 질의에 "확인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박 처장의 답변에 "이 자리에 있는 여야 의원들과 방송으로 들으신 국민들은 사실상 보훈처 DVD가 국정원 예산으로 제작됐다는 심증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박 처장은) 법률상 근거도 없이 답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야 의원들과 국민들, 국정원 예산으로 보훈처 DVD 제작했나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