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자 이름 없는 고향의 봄 노래비

인천대공원 등 시비에 이름 없어... 이원수·홍난파 친일 행적 때문?

등록 2013.11.04 14:26수정 2013.11.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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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공원의 호수풍경이다. 단풍과 잘 조화되어 아릅답다.
인천대공원의 호수풍경이다. 단풍과 잘 조화되어 아릅답다. 김학섭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곷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봤을 <고향의 봄> 노래.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노래다. 아무리 불러도 자꾸 불러보고 싶은 노래 '고향의 봄'. 유독 타향 사람이 많은 인천 사람들에게는 고향과 같은 노래가 아니었을까.


지난 1일 오후 저무는 가을 정취에 취해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숲과 호수와 산이 있는 인천대공원. 주위에는 관모산을 비롯해 소래산 등 그리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만만히 볼 정도의 낮은 산도 아닌 산이 있어 늘 친근하게 다가오는 공원이다.

오후 4시, 공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기우는 햇살과 단풍과 어우러진 가을 풍경은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거기다 관모산과 소래산 단풍이 어우러져 호수가 있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온 기분까지 든다. 인천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마침 국화 전시회가 한창이다. 아기자기한 예쁜 꽃들이 온갖 그릇에 담겨져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는 늘 이런 전시회를 보며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꽃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국화에서 풍기는 향기는 들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실내인데도 벌까지 찾아왔다.

 관모산에도 황금색 단풍이 내려왔다.
관모산에도 황금색 단풍이 내려왔다. 김학섭

 부평공원의 단풍길,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늦가을 정취를 풍기고 있다.
부평공원의 단풍길,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늦가을 정취를 풍기고 있다. 김학섭

오늘은 공원 가까이 있는 관모산으로 오르기로 했다. 호수를 돌아 낙엽길을 밟으니 늦가을의 풍경이 조금은 우울한 감정이 들게 한다. 가을이 가면 또 한해가 저물고 그러면 속절없이 싫어도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구나. 하지만 내탓이 아니고 자연의 이치이니 어쩌랴.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등산객이 별로 없다. 땀을 흘리며 정상(162m)에 오르니 몇 분의 남녀가 이미 산에 올라 저무는 가을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귀가가 늦을 것 같아 하산을 서둘렀다. 국화전시장으로 돌아 오는 길에 길옆에 서 있는 노래비가 눈에 들어왔다.


둘러보니 하나는 인천시민의 노래비고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막돌로 새겨진 '고향의 봄' 노래비가 있었다. 살펴보니 인천시민 노래비는 작사, 작곡가가 있는데 '고향의 봄'은  노래만 있고 작사, 작곡가가 빠져 있다. 의문이 들어 공원관리 사무실을 찾았다.

작사-작곡가가 빠져 있는  이유를 물어보았으나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확실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 똑같은  노래비가 부평공원에도 있다. 부평공원에 있는 '고향의 봄' 노래비도 작사 작곡가가 빠져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인천대공원에 있는 '고향의 봄' 노래비,작사가 작곡가가 없다.
인천대공원에 있는 '고향의 봄' 노래비,작사가 작곡가가 없다. 김학섭

 부평공원에 있는 '고향의 봄' 노래비도 작사 작곡자가 빠져있다.
부평공원에 있는 '고향의 봄' 노래비도 작사 작곡자가 빠져있다. 김학섭

기자는 친일행적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 담당자에게 물어 보았더니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담당자는 친일인명사전을 검색하더니 작사자 이원수와 작곡가 홍난파 두 분 다 친일사전에 게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름이 빠진 것이라면 새로운 의문이 남는다.

이름은 빠져도 노래는 불러도 괜찮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노래비를 세운 것이 맞는 것일까. 현재 친일자 명단에 오른 문학인과 예술인 가운데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몇 분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주부 김아무개(30)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산책을 나왔다며 그런 노래비를 본적이 없으나 만일 있다면 너무 익숙한 노래여서 작사 작곡가를 넣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아무개(50)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나 간석동에서 왔다는 최아무개(67)씨는 그런 노래비가 있다면 당연히 없애는 것이 맞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아픔은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남 창원시 소답동에 이원수문학관이 있으며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부인은 '오빠생각' 등을 작사한 최순애다. 한편 작곡가 홍난파의 이름을 딴 홍난파 음악상은 작곡가 유재준씨가 수상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인천시청 담당부서에 문의한 결과 확인한 후 어떤 조치를 하던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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