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먹어 본 돼지국밥, 조금 아쉬웠습니다

등록 2013.11.06 10:34수정 2013.11.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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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이지만, 먹을거리는 동네마다 다를 정도로 종류가 다양합니다. 같은 음식이지만, 맛 내는 방법도 동네마다 다릅니다. 부산 서면에 가면 '돼지국밥'이 유명합니다. 1986년과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부산에 살 때 서면에만 가면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부산을 떠나 다른 동네에 살 때도 부산을 가면 시간을 내 서면에 들러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20년 전 돼지국밥 한그릇에 2500원쯤 했습니다.


지난 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제10차 WCC총회' 관람을 위해 부산에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부산에 간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서면은 7년이 넘었습니다. 진주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부산서부터미널(사상터미널)에서 벡스코까지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지만, 서면에서 내려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7년만에 간 서면은 많이 변했습니다. 우선 지하철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데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할지 헷갈렸습니다. 지하철 출구를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돼지국밥 한 번 먹기 참 힘들었습니다. 돼지국밥집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찾았다는 것보다 20년만에 맛보는 돼지국밥이 생각나 입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a  부산 서면 '돼지국밥'은 가난한 서민들이 즐겨 먹는다.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맛이 옛날보다 못한 것인지 조금 아쉬웠다.

부산 서면 '돼지국밥'은 가난한 서민들이 즐겨 먹는다.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맛이 옛날보다 못한 것인지 조금 아쉬웠다. ⓒ 김동수


"뭐 드실래예?"
"국밥 주세요."

"국밥예, 조금만 기디리소. 갖다 드릴게예."

20년 전에는 돼지국밥하면 정말 국밥이었습니다. 밥을 국에 말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따로국밥'이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밥과 돼지국이 따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따로국밥을 돼지국밥이라고 합니다.

"밥 나왔습니더. 맛있게 드이소. 뜨겁습니더. 조심해서 드이소."
"예 맛있게 먹겠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인지 모릅니다. 2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입니다. 국밥을 한 숟가락 떠 입안에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뜨거워 무슨 맛인지 느낄 수가 없었지만, 분명 20년 전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이 맛이 아닌데.'


또 한 술 떴습니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년 전 맛이 아니야. 뜨거워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또 한 술 떴습니다. 내 입맛이 변해 그때 그 맛을 잊어버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는데 입맛이 안 변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 돼지국밥같은 우리 전통 음식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 음식은 아예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이래야 라면이 전부입니다.

a  고기도 옛날보다 적었다. 돼지국밥에는 돼지고기가 듬뿍들어 가야 맛있다

고기도 옛날보다 적었다. 돼지국밥에는 돼지고기가 듬뿍들어 가야 맛있다 ⓒ 김동수


돼지국밥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야 합니다. 그때는 돼지고기를 많이 넣어주었습니다. 돼지국밥 한그릇이면 배가 불렀습니다. 20대 중반이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먹었는데도 어떤 때는 고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기도 줄었습니다. 욕심도 참 많다고 비판하겠지만, 저렴한 가격(5500원)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거의 유일합니다.

가격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진주에는 '밀양돼지국밥'과 '신안동돼지국밥'이 있는 데 서면보다 비쌉니다. 아직도 5500원이라니. 가격에 비하면 맛도 괜찮고, 돼지고기 양도 많다는 생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래도 20년 전 그때를 떠올리게 한 돼지국밥입니다. 시간은 20년이 흘렀지만, 돼지국밥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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