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슈] 툭하면 '짙은 안개'... 교통사고 치사율 3~4배↑

타이타닉도 침몰시킨 '기상악재'... 가시거리 1㎞ 미만으로

등록 2013.11.06 11:19수정 2013.11.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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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등성이에 안개가 끼어 있다. 안개는 맑고 바람이 없는 날 땅 위의 공기가 차가워질 때나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산의 빗면을 타고 올라갈 때 발생한다.
산등성이에 안개가 끼어 있다. 안개는 맑고 바람이 없는 날 땅 위의 공기가 차가워질 때나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산의 빗면을 타고 올라갈 때 발생한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10월 말부터 아침 안개가 심상치 않다. 한낮에는 햇볕이 따뜻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좋지만 새벽부터 아침 사이 내륙 곳곳엔 뿌연 안개가 자욱하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은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수량이 줄어들고 습도도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늦가을이 되면 낮의 길이와 일조시간이 짧아지고 기온이 점차 내려간다. 이때 일교차가 심해지는데 새벽에는 야간의 복사냉각으로 안개가 발생하기 쉽고 서리도 내린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아침 우리나라는 고기압 영향권에서 대체로 맑은 가운데 밤 사이 복사냉각에 의해 기온이 내려가면서 서해안과 중부 내륙에는 안개가 짙게 낀 곳이 있었다. 또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박무(薄霧·옅은 안개)가 낀 곳이 많았다.

복사냉각은 대기와 지표면이 냉각되는 현상이다. 지구가 받는 태양복사에너지의 양 만큼 열복사에 의해서 지표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다. 지표면의 복사냉각은 주로 맑고 바람이 약한 야간에 왕성하게 나타난다.

날씨가 흐려 구름이 낀 경우에는 구름이 이불처럼 대기권을 덮어주기 때문에 지표면에 머물던 열을 빼앗기지 않지만 맑은 날씨에는 지표의 열이 대기권 밖으로 발산돼 기온이 더 떨어지게 된다.

5일 새벽 3시 기준 지역별 가시거리는 철원 80m, 대관령·고창 150m, 춘천·천안 400m, 서산 800m 등이었다.

청주공항은 가시거리가 100m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항공기 이·착륙이 제한됐다. 때문에 청주국제공항은 4일에 이어 5일도 항공운항이 오전 9시 이후로 지연됐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시정거리가 2㎞ 이하에서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몇 일간 아침 출근길 운전에 불편함이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출 후 1시간 사이 주로 발생... 대개 1~2시간 내 사라져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이 떠있는 현상을 말한다. 안개는 관측자의 가시거리를 1㎞ 미만으로 감소된다.

안개의 농도와 두께는 습도·기온·바람·응결핵의 종류와 양 등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응결핵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할 때 중심이 되는 작은 고체·액체의 부유입자를 말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안개는 구름과 발생과정이 비슷하다. 차이는 밑 부분이 지표면에 접해 있으면서 시정(視程)이 1km 미만이면 안개이고, 이보다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는 점이다. 산허리에 낀 안개는 산기슭에서 보면 구름이지만 등산하는 사람에게는 안개가 된다. 즉 지형이나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구름이 되기도 하고 안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안개는 공기 덩어리의 냉각과 수증기 공급원의 발생 원인에 따라 복사안개·이류안개·증기안개·활승안개·전선안개 등으로 분류한다.

맑은 날 해가 지고 땅이 차가워지면서 육상에서 발생하는 안개는 복사안개다. 바람이 없고 상대습도가 높고 맑은 날 야간에 주로 발생한다. 안개는 일출 후 1시간 사이에 주로 발생하며 대개 발생 후 1~2시간 이내에 사라진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안개는 보통 이류안개로 바다안개, 해무라고도 불린다. 이류안개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찬 해수면이나 지표면 위를 이동할 때 그 아래 부분이 냉각돼 발생한다. 이류안개는 범위가 넓고 지속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타이타닉호 침몰은 '바다안개'가 촉발

기상청의 기상백과에 따르면 해상에서 짙은 안개가 끼면 시계(視界) 불량으로 다른 배나 빙산과의 충돌, 암초에 좌초하는 등 큰 해상사고가 발생한다. 또 해상사고의 약 60%가 안개나 강수 등으로 시정이 나빠진 때문이라고 한다.

안개에 따른 해상사고의 대표적 예로 영화로도 잘 알려진 '타이타닉호'를 들 수 있다. 1912년 4월 10일 타이타닉호는 영국의 사우스댐프턴항에서 22노트(knot)의 속력으로 뉴욕을 향해 출항하기 시작했다.

건조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타이타닉호는 4만 6328t의 신조선이었다. 처녀항해였기 때문에 많은 저명인사가 승선하고 있었다. 배의 통신사들은 그들이 의뢰하는 전보를 치기만도 바쁜 상태였다. 간신히 근접해 있었던 6000t의 화물선으로부터 그곳의 상태가 유빙(流氷)으로 항해가 막혀 있다는 통신이 입수됐다.

4월 14일 오후 11시 40분경, 타이타닉호는 짙은 안개로 인해 오른쪽 뱃머리가 빙산과 충돌해 승객과 승무원 2208명 중 15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지점은 북대서양 뉴펀들랜드로부터 남서쪽으로 640㎞ 떨어진 바다 위였다.

당시 이 해역에는 따뜻한 공기가 밀려들어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빙산과 충돌한지 3시간 후인 15일 오전 2시 20분 거대한 타이타닉호는 뉴펀들랜드 바다에 침몰하고 말았다.

해상사고는 그 피해가 큰 만큼 이류안개, 전선안개 등 바다안개의 형성 조건과 특성을 잘 파악해 그 날의 안개를 현장에서 예상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개 낀 날 교통사고 치사율, 맑은 날의 3.7배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 안개 낀 날은 맑은 날보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아진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 안개 낀 날은 맑은 날보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아진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특히 안개는 일교차가 커지는 단풍철 시기에 자주 발생한다. 즉 안개가 생기려면 밤과 낮의 기온차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밤 사이 냉각으로 기온이 이슬점까지 떨어지면 수증기가 응결하면서 안개가 낀다. 안개는 맑고 바람이 없는 땅 위의 공기가 차가워질 때나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산의 빗면을 타고 올라갈 경우, 찬 공기가 따뜻한 물 위를 지나갈 때에 주로 발생한다.

안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려면 바람이 초속 2~3m 이하로 약해야 하고 지표면 부근의 공기가 안정돼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문제는 안개가 관측자의 가시거리를 1㎞ 미만으로 감소시키기 때문에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최대 거리가 맑은 날보다 훨씬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해에만 22만 365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5392명이 사망하고 34만 4565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운전자의 컨디션이나 부주의, 고속도로 상황 등 복합적인 요소가 거론된다. 여기서 고속도로의 상태는 날씨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안개는 눈이나 비 등 다른 기상 조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비해 사고율은 적은 편이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최근 3년간 기상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맑은 날에 비해 안개 낀 날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3.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짙은 안개가 운전자와 보행자의 충분한 시야 확보에 큰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기상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은 안개 낀 날 8.9명, 흐린 날씨 3.9명, 비오는 날 3명, 눈 오는 날 2.5명, 맑은 날 2.4명으로 나타났다. 맑은 날과 비교했을 때 안개 낀 날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3.7배에 달할 정도인 것이다.

이에 대해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일교차가 커지는 단풍철 시기에 안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가을 행락철인 10~11월, 오전 4~6시에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안개는 시야를 나쁘게 하기 때문에 안개등(fog-lamp·황색의 보조 전조등)이 있으면 이를 이용하고 없을 때에는 전조등을 일찍 켜서 중앙선이나 가드레일·차선·앞차의 미등 등을 기준으로 해 속도를 낮춘 후 창을 열고 소리를 들으면서 주행하는 것이 좋다. 안개가 낀 상태에서 커브길이나 구부러진 길 등을 지날 때는 경보기를 울려서 자신이 주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수나 강가에 핀 안개는 운치를 더하지만 도로나 바다에서는 교통사고나 선박사고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에 대한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안개 #교통사고 #선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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