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직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사무처
비 오는 새벽, 한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또 다른 여성의 집에 침입을 시도한 국회 남자 직원이 버젓이 국회 경비 업무를 맡고 있다면 수긍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다만 3개월 감봉 징계가 내려졌을 뿐이다.
국회 사무처 소속 9급 방호직 공무원 A씨의 이야기다. 그의 징계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의 징계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9월 4일 새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돌아가 보자. 다음은 검찰 수사결과를 재구성한 것이다. A씨는 당시 만취 상태라,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술자리에서 양주를 글라스 잔으로 마시고 만취상태가 됐다. 그는 화장실을 찾다가 한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한 여성과 마주쳤다. 이 여성은 A씨를 보고 놀라 집으로 들어갔다. 이 행동에 기분이 상한 A씨는 문손잡이를 흔들고 문틈으로 음담패설을 했다. A씨는 이후 1층으로 내려와 또 다른 여성과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이 여성의 손목을 잡았고 이 여성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주거침입미수 피해 여성이 강제추행 피해여성과 함께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이후 A씨는 강제추행 피해여성과 500만 원에 합의했고, 전북 익산에 있는 이 여성의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3년 1월 공무원범죄통보서를 국회사무처로 송부했다.
국회사무처는 같은 해 2월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A씨는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고 앞으로 평생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하고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국가공무원법 상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의결서는 어떤 내용일까.
'강제추행의 건은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고, 이전 범죄경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평소 징계혐의자의 근무태도나 행실에 대한 주변 동료들의 평판이 양호한 점, 본인이 진실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감봉 3월'로 결정하고 의결함.'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사무처 국정감사에서 서면질의를 통해 A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면서 그가 계속해서 국회 경비를 맡고 있는 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강제추행의 경우, 정부부처나 지자체 등은 해임이 되기도 하고 최소한 정직 1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진다"고 꼬집었다.
2013년 범죄·비위 사건 17건 중 징계는 6건뿐솜방망이 처벌은 비단 A씨 사례만 국한된 게 아니다. 국회 직원 징계가 대체로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에게 "국회 징계 현황을 보면 경징계가 대부분이다, 징계할 때 온정주의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의원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은 지난 3년간 국회 직원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일어난 국회 사무처·의원보좌직원의 범죄·비위 사건 17건 중 징계로 이어진 것은 6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1건은 경고와 주위 처분이 내려지는 데 그쳤다.
38건의 국회 직원 범죄·비위사건이 벌어진 2012년에는 단 4건만 징계로 이어졌고, 나머지는 경고(13건)와 주의(21건) 처분이었다. 2011년에는 21건의 국회 직원 범죄·비위사건 중 5건에 대해서만 징계로 이어졌고, 경고와 주의가 각각 8건이었다.
정 의원은 "올 3월에 징계규정을 개정하고 처리내규도 제정해서 음주운전·성범죄는 감경할 수 없도록 했지만, 문제는 징계위원회 의결 이전에 아예 감사관실에서 경징계를 요구하면 하나마나인 셈"이라면서 "음주운전·성범죄 관련 징계요구가 주의나 경고로 그치지 않도록, 정진석 총장이 관심을 갖고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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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에 주거침입시도한 국회 직원, 징계는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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