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정당 해산 심판청구와 별개로 이석기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세비와 자료요구권 등 제한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금명간 제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남소연
최경환 원내대표는 "진보와 사상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그 기저를 흔드는 종북세력은 이미 대한민국 정당으로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정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는) 대한민국의 정통성 수호와 국민안전, 국가수호를 위해 취한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무장봉기를 통한 국가반란 시도, 주체사상 신봉, 3대 세습 독재 찬양, 북한 헌법과 유사한 (진보당) 강령 등은 명백히 헌법 질서에 위배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라며 법무부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이번 정당 해산 심판청구와 별개로 이석기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세비와 자료요구권 등 제한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금명간 제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인 남경필 의원 역시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의 제명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9월 11일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숙려기간이 지난 다음 징계안(제명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이미 숙려기간이 지났다"면서 "다음 주 중 민주당과 함께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원내 지도부에서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만이 아니다. 보수진영도 널뛰고 있다.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 민주진보진영을 이번 사태를 통해 '종북'으로 묶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로 극우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 5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브리핑을 인용하며 진보당을 "대한민국 공산화를 목표로 한 정당"이라고 낙인찍고, 지난해 총선 당시 진보당과 '연대'한 민주당을 "대한민국 공산화의 공범이 되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 근거로 총선 당시 야권의 공동정책합의문을 들었다.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이행을 담보하는 입법조치 등을 통해 적극적인 남북화해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합의문대로 (6·15 공동선언 등의) 이행을 강제하는 입법을 하게 되면, 종북정권은 북한정권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해체하려는 연방제 적화노선을 강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석했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도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종북좌파 세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경제 사회주의화'의 다름 이름일 뿐"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결론으로 "양당(민주당·진보당)이 국회를 주도하고, 행정부 권력을 장악, 반헌법적(종북사회주의적) 노선을 밀고 나가면 경제공황과 법질서 붕괴와 대한민국 수호세력의 반격을 자초, 최악의 경우 내전적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작년 국민들은 두 차례 선거를 통하여 유혈 사태를 막은 셈"이라며 민주당의 사과도 촉구했다.
이 같은 논리는 이미 내란음모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 사태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황우여 당 대표는 지난 9월 "지금 우리 정치권은 자유민주주의를 좀먹어온 종북세력을 축출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지키는데 일체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민주주의 훼손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한 종북세력의 숙주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또 지금도 비호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사라져... "지방선거 앞두고 공안정국 형성"이 같은 총공세의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로 그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국가정보원·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박근혜정부의 공약 후퇴 논란 등이 모두 사라졌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가 "민주노동당 창당 시절부터 지금의 통합진보당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실현했다"는 법무부의 논리에 수긍하면, 그간 제기됐던 지난 총·대선 당시 댓글 및 트위터 글을 통해 야권을 '종북'으로 매도했던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행위에 대한 정당성마저 확보하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접수한 지 180일 안에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번 청구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간에 지방선거 직전 이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각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헌재의 판결도 나기 전에 진보당의 국회의원직 상실 청구를 또 한다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안정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의 진보당 해산심판청구는 대한민국 법질서를 무시하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 불끄기용은 그만둬야 한다"면서 "아무리 공안통치가 편하다고 해도 시대를 거스르는 무법질주를 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부정 개입 관련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야당의 특검 요구까지 나오면서 (정부·여당이) 정치적인 수세에 몰렸다고 판단하고 국면전환용으로 (이번 사태를 만든 것)"이라며 "지방선거까지 공안문제를 가지고 중심화두로 정치를 끌고 나가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현 아닌가 이렇게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전 대표는 같은 방송에 출연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반적인 국민 여론이 정당을 해산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추진했다"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그러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47% 나오면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이냐"면서 "여론몰이하듯이 정당 해산을 하는 것은 사실 쿠데타가 아니면 독재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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