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권력' 김정은이 잡은 것은 민심... 결과는?

김정은 체제 민심장악 전략... 아래로부터 접근, 생활소비품 향상

등록 2013.11.08 10:14수정 2013.11.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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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중앙TV가 2011년 12월 20일 오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유리관 속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국방위원장의 시진이 공개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통일부
북한 조선중앙TV가 2011년 12월 20일 오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유리관 속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국방위원장의 시진이 공개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통일부통일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사로 후계자 내정 2년도 안 돼 정권을 맡게 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덜 준비된 상황에서 권력을 잡은 김정은 체제는 주민들의 마음을 잡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의 언론매체에도 '민심'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등장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쉽게 보기 어려운 단어였다.

민심을 강조하는 북한언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정권수립 65주년(9월 9일)을 앞두고 게재한 '우리 공화국은 위대한 일심단결의 나라이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우리 공화국의 격동적인 현실은 민심을 중시하고 민심에 철저히 의거할 때 가장 공고한 사회적 단합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은 국가건설과 활동에서 민심문제를 최대의 중대사로 내세우고 있다"며 모든 일꾼들이 인민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뛸 것을 독려했다. 신문은 "민심을 틀어쥐고 그에 철저히 의거하는 것이 당과 국가 활동의 근본원칙으로 되고 있기에 오늘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나라의 모든 일이 다 잘되어 나가고 있다"고 민심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각급 분야의 인사를 통해 지도부 개편을 이어가면서도 주요 조직의 말단 간부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를 잇달아 개최해 체제 장악력을 높여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2일∼23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중대장·중대 정치지도원 대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대장은 지휘권을 가진 북한군의 가장 말단 간부이고 중대 정치지도원은 군내 사상사업을 최일선에서 주도하는 직책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2000년 2월 이후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이런 행사를 한 것은 군의 말단 간부들을 통해 군대 전체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지난 17일부터 지금까지 평양에 머물면서 능라 곱등어관, 능라인민유원지 등 평양의 주요시설을 둘러보고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아래로부터 접근을 통한 민심장악 전략

북한은 지난 1월 28일에는 2007년에 이어 6년여 만에 평양에서 제4차 당 세포 비서 대회를 열었다. 당 세포는 5∼30명으로 구성되는 당의 최말단 조직으로 당 세포 비서는 이 조직의 책임자를 일컫는다. 김정은 체제가 2년차를 맞아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와해된 것으로 알려진 당의 최말단 조직을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2010년 9월과 2012년 4월 당대표자회를 두 차례나 개최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거의 열리지 않았던 정치국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당의 상층조직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면 이번 대회는 '밑바닥 민심'을 장악하는 행사로 볼 수 있다.

또 작년 8월에는 청년절을 맞아 전국에서 올라온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경축행사를 했다. 앞서 작년 6월에는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을 맞아 소년단 대표 2만여명을 평양으로 초청해 대규모 행사를 가졌고 그 해 7월에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전국 전쟁 노병대표들이 모이는 행사를 열었다.

북한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전국 규모 대회를 잇달아 열고 참가자들을 대접하는 것은 민심을 장악해 김정은 체제의 사회적 기반을 튼튼히 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또 11월 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된 북한군 해군 제790군부대 용사들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

북한 언론은 지난 10월 중순 이 군부대 대잠수함 작전 수행 군함인 구잠함 233호의 지휘관과 해군들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던 중 희생됐다고 전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최근 특별한 교전상황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훈련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인민무력부 청사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서 '전군당강습지도일꾼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3. 2. 23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인민무력부 청사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서 '전군당강습지도일꾼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3. 2. 23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제1위원장은 묘소를 참배하고 묘역을 돌아본 뒤 묘비에 묘주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군함의 훈련 중 침몰 사실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고 침몰 장병들의 묘역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찾은 사실도 김정일 시대에는 없던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이 훈련 중 숨진 군인들의 묘지를 조성을 지시하고 이곳을 직접 참배한 것은 군심을 장악해 군부의 충성을 끌어내려는 조치로 보인다.

여기에다 김 제1위원장은 '연좌제' 완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 들어 탈북을 시도한 당사자는 엄격히 처벌하되 가족은 연대처벌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고, 실제로 한국행이 밝혀진 탈북자의 가족·친척이 평양과 대도시에서 추방당하지 않고 그냥 살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후문이다.

생활소비품 향상을 통한 민심 장악 전략

경제분야에서는 북한이 과거 중공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경공업 발전에 갈수록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생활과 직결된 경공업을 발전시켜 주민들이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10월 박봉주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는 주요 과업으로 "경공업 부문에 큰 힘을 넣어 소비품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여 인민들의 소비품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0년 만에 열린 전국경공업대회에 참석해 육성연설을 통해 경공업 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김 제1위원장의 정책 방향 제시에 따라 북한이 경공업 발전에 총동원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전국일용공업부문과학기술발표회가 열려 경공업 생산에 첨단과학기술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생산공정을 현대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문도 발표했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이러한 분위기를 주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전국 각지 경공업 공장의 현대화와 생산성과를 잇달아 선전하고 있다. 천과 편직물에서부터 양말, 신발, 화장품, 학용품, 식료품, 완구에 이르기까지 선전하는 제품 종류도 다양하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경공업 부문 여러 단위들에서 10월 계획 완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각 지역의 경공업 공장에서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평양시식료일용공업관리국에서도 10월 계획을 140%로 완수했고 산하 공장들에서는 206가지 일용잡화생산에 힘을 넣어 성과를 거두었다"고 소개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24일 '인민 소비 생산기지들에서 증산의 동음 세차게 울린다'라는 기사를 통해 평양 선흥식료 공장이 현대화, 과학화를 힘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과학적인 경영전략, 기업전략으로 대외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질 좋은 식료품을 생산해 인민들이 득을 보고 있다"고 선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체육을 강조하면서 각종 경기를 직접 찾아 관람하고 선수들과 격의 없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민심잡기의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김 제1위원장은 국정을 챙기는 와중에서도 올해 들어서 한 달에 한번 꼴로 체육경기를 관람했다. 김정은 정권이 비정치분야인 스포츠에 신경을 쓰는 것은 민심을 사로잡고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한 민심장악, 그 결과는?

김정은 체제는 왜 이처럼 유독 민심 장악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우선 김정은 체제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1970년대 초반 후계자에 내정된 이후 1998년 국방위원장이 될 때까지 20여년이 넘는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김 제1위원장은 후계자가 되고 2년도 채 안 돼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장악해 체제를 공고히 할 필요성을 느끼기 충분하다. 여기에다 김 제1위원장은 주민에 다가서는 정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시찰 때는 주민들이 다가서지도 못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김 제1위원장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통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장용훈 기자는 <연합뉴스> 통일외교부 기자입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knsi.org)에도 실립니다.
#김정은 #민심장악 #경공업 현대화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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