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축제에 몰린 사람들일년에 한 번 있는 진보초 고서축제를 보기 위해 남녀노소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윤성근
이곳에 들어서있는 책 관련 영업점들도 역사가 그만큼 깊고 폭이 넓다. 우선 고서를 다루는 헌책방이 160여 곳, 새 책을 파는 곳까지 합치면 반경 1km 남짓 근방에 책방 200개가 몰려있고 각종 출판사 본부도 주변에 꽤 있다. 문고본 책으로 유명한 '이와나미(岩波)' 역시 처음 이곳에서 고서점으로 출발한 회사이고,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기 때문에 고서축제 기간에 맞춰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와나미 문고는 나쓰메 소세키와 인연이 깊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 <마음>을 펴낸 곳이 이와나미다. 그에 힘입어 소세키가 죽고 난 후 1917년에 '나쓰메 소세키 전집' 또한 여기서 발행하여 큰 인기를 누렸고 이와나미의 간판도 나쓰메 소세키가 쓴 것이다.
진보초 고서축제는 장말로 다채롭고 즐길 거리가 많아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누구라도 한번 오면 반할 정도로 흥미롭다. 왜냐하면 여기 모인 것이 전부 책이지만 그 분야가 너무도 세분화, 전문화되어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어떤 관심사를 가졌더라도 이곳에 오면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전문서점 하나정도는 반드시 만날 수 있다. 200개 가까이 되는 서점들 중에는 비슷한 책 구성으로 장사를 하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크게 나누더라도 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 예술 등을 전문으로 하는 책방이 즐비하고 거기서 더 쪼개어 영문학, 중국문학, 유럽문학을 따로 취급한다거나 음악만 따로, 고지도만 따로, 미술 쪽도 그와 마찬가지로 현대미술만 따로, 사진 쪽만 따로 취급하는 가게가 있다.
가게들이 쏟아져 나와 판을 벌리는 거대한 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