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서평] 씨네21북스 <그 영화 같이 볼래요?>

등록 2013.11.08 10:56수정 2013.11.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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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에게 '영화 감상'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생활 중 하나이다. 가격과 소요시간도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볼거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누구에게든 적절한 취미생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2013년이 되어 영화 관객수는 연말까지 2억 명 기록이 예상될 정도로 점차 더 시장이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영화를 '극장 안에서만 즐기는' 잠깐의 여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스크린이 어두워진 이후에도 영화가 담고 있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라는 장르는 2시간 안팎의 짧은 '눈요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과 세계를 표현한 메시지를 담은 예술이기도 한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이 모여 영화 이야기를 한 것을 씨네21북스가 책으로 엮었다. 바로 지난 10월에 출간된 <그 영화 같이 볼래요?>다.

영화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영화이야기, 시네마톡

a  <그 영화 같이 볼래요?>의 표지.

<그 영화 같이 볼래요?>의 표지. ⓒ 씨네21북스

무비꼴라쥬에서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개봉된 영화들에 대해서, 영화가 상영된 이후 관객과 감독·배우를 비롯하여 영화평론가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시네마톡' 행사에서 간추린 30가지 영화 이야기들이 <그 영화 같이 볼래요?>에 정리되어 있다.

<서칭 포 슈가맨>과 <말리> 등의 영화를 통해서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세상을 살다간 뮤지션의 삶을 비춘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로 인간을 향한 시선을 되짚는 부분은 꽤 주목할 만하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했다'는 소제목 아래에서는 <우리도 사랑일까> <내가 고백을 하면> 같은 영화가 소개된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은 영화들은 언뜻 보기에는 같은 소재를 다루었기에 비슷할 듯하지만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 중 <라잇 온 미>는 평론가들의 비평도 긍정적이었던 동시에 관객의 반응도 좋았던 영화이다. 말하자면 탄탄한 이야기로 만들어진 사랑 이야기면서 동시에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두 남자 에릭과 폴은 동성애자인데, 영화는 기존의 퀴어영화와는 달리 그들이 정체성으로 인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영화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저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고찰하고 있다는 점이 영화의 묘미이다. 줄거리가 기존의 흔한 틀에 매달리지 않았기에 게이를 다룬 영화의 발전이자 잔잔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도 성공한 작품이다.

<두개의 문>과 <지슬> <아르마딜로>를 다루면서 영화가 된 비극적인 현실을 들추기도 한다. 용산철거민의 시위를 진압하다 경찰과 철거민 양측의 희생자가 발생된 <두개의 문>은 한 쪽의 입장만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지슬>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표현한 예술영화로 영화가 지닌 의미와 역사를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아르마딜로>는 실제 덴마크 군인의 전투를 촬영하여 참혹한 전쟁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영화이다.


영화의 다양한 매력들, 곱씹으면 재미도 커진다

우리는 흔히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영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극장의 문을 나서면서, 혹은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만나서 "그 영화 어땠어?" 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사소한 일상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평론가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가능한 일이다.

본문의 글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두고 관객과 등장한 배우, 연출한 감독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미처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는 순간, 재미는 전보다 더욱 커진다. 많은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단편적이던 영화의 요소들은 더욱 입체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각 평론가들은 한 해 최고의 영화들을 꼽으면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어느 영화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그들의 대화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다양한 시각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한다. 2012년 한국영화를 두고 '풍요 속의 빈곤'이라 묘사하며 대형배급사의 영화들만 흥행하는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동원하는 관객의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배급과 상영의 구조적 문제가 영화계에도 큰 양극화를 낳고있는 셈이다.

<그 영화 같이 볼래요?>는 막을 내린 후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곱씹을수록 커지는 재미와 함께 더욱 풍부한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영화가 단순히 '그 순간에 소비되는 컨텐츠'에서 '두고 감상할 만한 문화'로 발돋움하도록 돕는다. 이 책이 소개하는 30편의 영화를 시작으로 삼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덧붙이는 글 <그 영화 같이 볼래요?> (김영진·이동진·신지혜·심영섭·남인영·한창호 씀 | 씨네21북스 | 2013.10. | 1만7000원)

그 영화 같이 볼래요? - 영화가 끝나고 시작되는 진짜 영화 이야기, 시네마톡

김영진 외 지음,
씨네21북스, 2013


#그 영화 같이 볼래요 #무비꼴라쥬 시네마톡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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