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에선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인 팥칼국수를 주로 해먹는다.
김현자
책은 팥죽처럼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필수음식 중 하나인 국과 밑반찬, 샐러드와 생채, 저장식품, 차와 음료 등 6부로 나눠 70여 종의 항암 음식을 소개한다, 각각의 조리법마다 그 음식 재료가 왜 항암 치료에 도움이 되며 어떻게 만드는 것이 훨씬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되는지 등을 함께 설명한다.
'항암 치료 중 메슥거릴 때 자주 찾던 음식 중 하나'라던가 '항암치료의 영양으로 식욕을 잃어 잘 먹지 못할 때 먹었던'처럼 저자 자신의 경험을 관련 음식 이야기에 풀어 쓰고 있어서 설득력은 더 높아진다.
3일 전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일반적인 요리책이라면 순차적으로 넘겨 읽으며 조만간 해먹고 싶은 조리법에 손가락 굵기의 포스트잇을 붙여 표시를 해놓거나, 해먹어 보고 싶었으나 해본 적이 없는 음식을 목차에서 골라 읽으며 어떻게 하나? 해먹어? 말어? 판단한 후, 어떤 음식들을 소개하나 넘겨보며 대략 꿰는 정도로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방법들과 달리, 그리고 여타의 조리법 많은 요리책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 읽었다. 가지나 호박, 연근, 버섯, 숙주, 무, 우엉 등 이제까지 손쉽게 구해 무언가든 해먹곤 하던 채소들에는 어떤 성분들이 있고 항암치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면역력 강화와 독소를 제거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암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등 건강한 먹거리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조리법대로 해먹어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어제 처음으로 방풍나물을 사왔다. 책에 '방풍나물 고추장 무침'과 '방풍나물 무침'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방풍나물은 따뜻한 남쪽 바닷가 높은 절벽에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나물로, 약성이 알려지면서 바닷가 인근 노지에서도 재배되어 사시사철 구할 수 있다. 열을 내리고, 각종 풍을 예방하며 진통효과와 항균 작용이 뛰어나다'. 방풍나물은 그리 낯익은 재료는 아닌 것 같다. 나물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지난해 10월에 처음 접했으니 말이다. 여하간 이참에 해먹어 보고 괜찮으면 자주 해먹어보고 싶은 것들이다.
방풍나물에 이어 해보고 싶은 것은 '새송이버섯들깨탕'과 '연근전'이다. 연근의 비타민C는 철분과 결합해 빈혈예방에 좋으며 칼륨도 많아 나트륨 배출에도 좋단다. 양수막을 튼튼하게 하는 엽산도 많아 임산부에게 좋으며, 칼슘도 많아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그리고 중금속 해독에도 좋고 중화작용도 뛰어나다고 한다. 잎채소를 먹으며 염려할 수밖에 없는 농약 오염과도 거리가 있다.
이러니 최대한 자주 식탁에 올리고 싶은 재료다. 그런데 유치원 다닐 때부터 연근조림을 워낙 좋아한 첫째와 달리 둘째는 연근을 싫어하는 편이다. 사춘기 이상 여성이면 특히 신경을 써야만 하는 빈혈 예방에도 매우 좋은 식품인데 말이다. 책의 레시피대로 연근을 강판에 갈아 둥글납작하게 지지거나, 비트를 섞어 지지면 호박전이나 부추전을 좋아하는 둘째가 매우 잘 먹을 것 같다.
'항암 음식의 화려한 변신'이란 문구가 책 제목 앞에 붙어 있지만, 자칫 '항암치료를 해야만 하는 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식단=환자 음식=맛이 없다' 혹은 '암 환자들을 위한 전문적안 요리책' 정도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암을 이겨낸 이력을 가진 데다가 책 제목에 '해독 밥상'이 들어갔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이다. 그보단 '이왕 먹는 것 가급이면 항암 효과가 있는 것들을 먹어 몸의 독소도 없애고 면역력을 높이자. 이왕 먹을 것 몸에 좋은 재료들로 가급이면 몸에 최대한 도움 되는 방법으로 해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가득한 책'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채소나 과일이 몸에 좋다니, 항암 효과가 있다니 아프고 안 아프고와 상관없이 평소 즐겨 먹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이미 읽은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 같다.
자연식 해독 밥상 - 항암 음식의 화려한 변신
황미선 지음,
넥서스BOOK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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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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