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15% 암 환자를 살린 것은 바로...

[서평] 항암 전문 요리가 황미선의 <자연식 해독 밥상>

등록 2013.11.14 14:09수정 2013.11.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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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 해독 밥상>(넥서스북스 펴냄)에서 만나는 '팥죽'이 반갑기만 하다. 팥죽은 어렸을 때부터 셀 수 없이 자주 먹던 음식 중 하나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아 지금도 시시때때로 해먹곤 하는데,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암을 이기게 하는 '항암음식'이란다.

항암 치료로 간에 쌓인 독한 항암제를 빠른 시간 내에 희석하려는 목적으로 무조건 생수를 먹으려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 차로 다려 마시고, 주스를 만들어 먹으니 수분을 많이 섭취하게 되었습니다. 여섯 번의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현재는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강한 자연식으로 점치 몸이 좋아지면서 자연이 가진 약효와 쓰임새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약용식물관리사, 건강식이요법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발효 효소 과정을 수료하며 자연식품의 효능과 약효 관련 전문지식을 갖춰나갔고, 이런 나의 경험을 암 환우와 나누고 싶어 경기도 양평에 황토방 몇 채를 짓고 건강한 먹거리를 차려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먹거리를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나와 같은 암 환우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건강한 먹거리로 내 가족에게 건강한 식탁을 차리고 싶은 주부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부디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 <자연식 해독 밥상> '저자의 말'에서.

 <자연식 해독 밥상>
<자연식 해독 밥상>넥서스북스
저자 황미선은 2002년에 유방암 3기, 2005년에는 자궁경부암 0기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받은 '생존율 15%의 암 환자'였다. 저자를 구한 것은 서울 생활을 정리한 후 전원생활을 택해 직접 일구어 거둔 건강한 먹거리들로 만든 '자연식 식사'였다고 한다.

저자가 항암음식재료로 추천하는 팥에는 단백질을 비롯해 탄수화물과 칼슘, 인, 비타민, 인, 철, 섬유질, 사포닌 등이 풍부하다. 이처럼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들이 많기 때문에 자주 먹으면 좋다.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지방 축적을 막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섬유질과 사포닌은 변비치료에도 좋다.

몇 년 전 팥물을 꾸준히 마셔 많이 감량한 한 주부의 사례가 TV를 통해 알려진 후 '팥물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아무개도 팥물 다이어트를 했는데, 좋은 성분이 아까워 하나도 버리지 않고 마신다고 했다. 그런데 약효가 많은 만큼 독성도 많다고 한다. 팥을 넣어 팔팔 끓인 첫물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소화도 잘 되고 팥 색깔도 예쁘게 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팥죽에 넣을 옹심이는 찬물로 반죽하는 것이 쫄깃하다.
처음부터 쌀과 앙금을 같이 넣고 끓이면 전분 성분과 앙금이 냄비에 늘어붙어 죽이 끓기도 전에 타 버린다. 쌀이 충분히 퍼지도록 끓인 후에 앙금을 넣어 늘어붙지 않게 잘 젓는다. - <자연식 해독 밥상>에서

어렸을 때부터 워낙 즐겨먹었음에도 여전히 즐겨 먹고 있어서 팥죽 조리법이 보이면 쉽게 넘기지 못하고 읽곤 한다. 모든 음식들이 그런 것처럼 '팥을 뭉근하게 끓여 으깨 만든 팥물에 옹심이(새알심)나 칼국수, 미리 불린 쌀을 넣어 끓이면' 되는 팥죽도 누가 어떻게 끓이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내 입과 생활 사정에 맞는 레시피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송편을 익반죽해 빚기 때문인지, 대부분 팥죽에 넣는 옹심이도 익반죽하라고 되어 있다.(참고: 한복선의 <우리 몸엔 죽이 좋다>) 그런데 이 저자에 의하면 찬물로 반죽하는 것이 훨씬 쫄깃하단다. 선재 스님의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불광출판사 펴냄)에 의하면 '옹심이를 만들 때 걸러놓은 팥 앙금과 생강즙을 조금 넣으면, 향도 좋고 색도 더 곱다'.

시간에 쫓기기도 하거니와 팥죽을 남편과 아이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아 생각날 때만 내가 먹을 것만 조금씩 끓여먹는다. 난 찹쌀과 멥쌀을 1:1 정도로 섞어 불린 후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 넣어 끓인다. 전라도에서 칼국수를 넣어 끓인 팥칼국수를 주로 먹고 자란 데다가 옹심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쌀가루를 미리 준비했다가 시간을 내 옹심이를 빚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서 이 방법을 몇 년째 즐기고 있다.

제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 여유가 없거나, 만드는 방법이 번거로우면 쉽게 해먹지 못한다. 만약 나처럼 좋아하지만 늘 바빠 해먹기 쉽지 않다면, 그리고 그리 많이 먹지 않아 조금만 끓여야 한다면 꼭 해보시도록~!

 옹심이를 넣어 끓인 팥죽.
옹심이를 넣어 끓인 팥죽.김현자

 전라도에선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인 팥칼국수를 주로 해먹는다.
전라도에선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인 팥칼국수를 주로 해먹는다. 김현자

책은 팥죽처럼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필수음식 중 하나인 국과 밑반찬, 샐러드와 생채, 저장식품, 차와 음료 등 6부로 나눠 70여 종의 항암 음식을 소개한다, 각각의 조리법마다 그 음식 재료가 왜 항암 치료에 도움이 되며 어떻게 만드는 것이 훨씬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되는지 등을 함께 설명한다.

'항암 치료 중 메슥거릴 때 자주 찾던 음식 중 하나'라던가 '항암치료의 영양으로 식욕을 잃어 잘 먹지 못할 때  먹었던'처럼 저자 자신의 경험을 관련 음식 이야기에 풀어 쓰고 있어서 설득력은 더 높아진다.

3일 전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일반적인 요리책이라면 순차적으로 넘겨 읽으며 조만간 해먹고 싶은 조리법에 손가락 굵기의 포스트잇을 붙여 표시를 해놓거나, 해먹어 보고 싶었으나 해본 적이 없는 음식을 목차에서 골라 읽으며 어떻게 하나? 해먹어? 말어? 판단한 후, 어떤 음식들을 소개하나 넘겨보며 대략 꿰는 정도로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방법들과 달리, 그리고 여타의 조리법 많은 요리책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 읽었다. 가지나 호박, 연근, 버섯, 숙주, 무, 우엉 등 이제까지 손쉽게 구해 무언가든 해먹곤 하던 채소들에는 어떤 성분들이 있고 항암치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면역력 강화와 독소를 제거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암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등 건강한 먹거리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조리법대로 해먹어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어제 처음으로 방풍나물을 사왔다. 책에 '방풍나물 고추장 무침'과 '방풍나물 무침'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방풍나물은 따뜻한 남쪽 바닷가 높은 절벽에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나물로, 약성이 알려지면서 바닷가 인근 노지에서도 재배되어 사시사철 구할 수 있다. 열을 내리고, 각종 풍을 예방하며 진통효과와 항균 작용이 뛰어나다'. 방풍나물은 그리 낯익은 재료는 아닌 것 같다. 나물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지난해 10월에 처음 접했으니 말이다. 여하간 이참에 해먹어 보고 괜찮으면 자주 해먹어보고 싶은 것들이다.

방풍나물에 이어 해보고 싶은 것은 '새송이버섯들깨탕'과 '연근전'이다. 연근의 비타민C는 철분과 결합해 빈혈예방에 좋으며 칼륨도 많아 나트륨 배출에도 좋단다. 양수막을 튼튼하게 하는 엽산도 많아 임산부에게 좋으며, 칼슘도 많아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그리고 중금속 해독에도 좋고 중화작용도 뛰어나다고 한다. 잎채소를 먹으며 염려할 수밖에 없는 농약 오염과도 거리가 있다.

이러니 최대한 자주 식탁에 올리고 싶은 재료다. 그런데 유치원 다닐 때부터 연근조림을 워낙 좋아한 첫째와 달리 둘째는 연근을 싫어하는 편이다. 사춘기 이상 여성이면 특히 신경을 써야만 하는 빈혈 예방에도 매우 좋은 식품인데 말이다. 책의 레시피대로 연근을 강판에 갈아 둥글납작하게 지지거나, 비트를 섞어 지지면 호박전이나 부추전을 좋아하는 둘째가 매우 잘 먹을 것 같다.

'항암 음식의 화려한 변신'이란 문구가 책 제목 앞에 붙어 있지만, 자칫 '항암치료를 해야만 하는 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식단=환자 음식=맛이 없다' 혹은 '암 환자들을 위한 전문적안 요리책' 정도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암을 이겨낸 이력을 가진 데다가 책 제목에 '해독 밥상'이 들어갔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이다. 그보단 '이왕 먹는 것 가급이면 항암 효과가 있는 것들을 먹어 몸의 독소도 없애고 면역력을 높이자. 이왕 먹을 것 몸에 좋은 재료들로 가급이면 몸에 최대한 도움 되는 방법으로 해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가득한 책'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채소나 과일이 몸에 좋다니, 항암 효과가 있다니 아프고 안 아프고와 상관없이 평소 즐겨 먹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이미 읽은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자연식 해독 밥상>- 항암 음식의 화려한 변신 |황미선 (지은이) | 넥서스BOOKS | 2013-10-05 |14,500원

자연식 해독 밥상 - 항암 음식의 화려한 변신

황미선 지음,
넥서스BOOKS, 2013


#항암음식 #항암치료 #황미선 #팥죽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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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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