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웅진지식하우스
그랬더니 "다른 글도 좀 읽어주면 안 되나?"라며 작가의 지적을 재미있어 했다. 그래서 글과 관련된 서문(먼저 인용한)까지 읽어준 것이었다. 그날 내가 읽어준 글이 딸에게 꽤 인상 깊었나 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가 틀린 우리말 표현이 나오자 예전처럼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지적까지 하니 말이다.
경상도 땅에 태어났기 때문에 표준말을 제대로 발음할 기회를 아예 차단당한 입장의 경상도 사람들에게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을 가지고 그다지 좋지 못하게 왈가왈부하는 이 글이 다소 껄끄럽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물론 경상도 사람들의 치명적인 발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글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보다는 우리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이윤기 작가의 고향은 경상도(군위)다. 작가 스스로 '우리말 발음에 치명적인 결점을 원죄처럼 안고 살아간다는' 그 경상도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많은 경상도 사람들이 그렇듯 작가 역시 상경한 후 한동안 '괄호'를 '갈로'로 알고 있어서 놀림감이 되곤 했단다. 이런 놀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고치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했기 때문', 아마도 작가가 경상도 출신이 아니라면 이런 지적은 힘들었으리라.
일반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작가의 글 속 '우리 경제 위기입니다'를 '우리 경제 이깁니다'에 가깝게 말하는 '경상도 출신의 높은 분'이나 '의혹'이 아닌 '어흑'을 씻고자 '너력'하겠다는 '경상도 출신 검찰총장'처럼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은 필히 노력해 반드시 고쳐야 할 것 같다.
때문일까. 경상도 사람들의 치명적인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 '갈려고'나 '먹을려고', '웃을려고'처럼 불필요하게 'ㄹ'을 끼워 넣어 말하는 현상 ▲ 공식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다름과 틀림의 혼용문제 ▲ '보여지다'나 '되어지다, 되어진' '…에 있어서'와 같은 이상스런 쓰임새 ▲ R과 L의 우리말 잘못 표기 ▲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방송이나 공식 인사들의 잘못된 우리말 씀씀이와 그릇된 표기 등,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그릇된 우리말 쓰임새에 대한 작가의 지적이 글을 쓰는 내게 약처럼 스며든다.
고 이윤기 작가는, 작가의 이름을 딴 '이윤기체'라는 용어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로 개성 있고 맛깔 나는 문체를 가진 작가로 유명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탁월한 글쟁이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이런 이윤기가 남긴 '첫 문장의 설렘과 퇴고의 고뇌'에 대한 '39편의 에세이 같은 집필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말, 어떻게 하면 제대로 맛을 살려 쓸 것인가. 대중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껍진껍진한 입말의 글과 잘 익은 말은 어떻게 쓸 것인가. 글쟁이는 타고 나는가 노력이 만들어 내는 것인가.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은? 직접 읽으며 맛을 느끼는 것만큼 좋은 힌트가 있을까.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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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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