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의혹 조용기 목사님, 이걸 읽으셨다면...

[서평] 교회 분쟁 전문변호사가 쓴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등록 2013.11.18 11:04수정 2013.11.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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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가 난다. 아니 '억억억억' 소리가 난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교회 돈 수천억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는 헌금 등 교회 재산을 횡령하고 불륜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혹 내용은 ▲ 교회 재정 570억 원 출연해 만든 공익법인 사유화 ▲ 교회 재정 대출 건물 공사비 1600억 원 미환급 ▲ 삼남 조승제씨의 회사를 통한 교회재산 77억 원 부당 취득 ▲ 2004~2008년 총 600억 원의 선교비 사용처 불분명 따위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 것은 하나님에게

개신교 목사인 필자는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조용기 목사뿐만 아니라 교회 돈을 횡령해 세상 법정에 선 목사들이 심심하면 언론에 보도된다. 특정 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규모가 조금만 크면 이러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아주 작은 교회라고 할지라도 감시받지 않는다면 목사가 헌금을 함부로 쓸 수 있다. 그러니 비판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아비판'을 해야 한다.

먼저 교회 돈 주인은 누구인가에서 출발하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 것은 하나님에게"(마태복음 22:21). 이를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강문대 지음,  뉴스앤조이 펴냄)에서는 "교회의 것은 교회가, 개인의 것은 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드린 돈, 쉽게 말해 교회 돈은 특정인이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말이다.

a  <교회,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교회,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 뉴스앤조이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는 <뉴스앤조이가> 펴내는 '바른신앙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지은이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 대표)는 교회 분쟁 관련 법률을 연구하며, 분쟁 교회들을 상담하고 중재 노력을 해 왔다. 그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이다.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2부 '교회 재산' 부분이 교회돈 횡령과 관련이 있다.

목록을 보면 ▲교회 재산은 누구의 소유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교인이 교회에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할 수 있나? ▲교회를 사고 팔 수 있나? ▲교회, 아무 곳에서나 신축할 수 있나? ▲목사는 소득세를 낼 의무가 없는가? 따위다.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는  교회재정 문제를 '성경'과 '도덕성'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법원 판례 중심으로 접근했다. 성경은 교회 일을 세상 법정에 가져가지 말라고 한다(고린도전서 6:1~11). 하지만 이미 많은 교회와 신자가 세상 법정에서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럼 지혜를 얻어야 한다.

목사가 '공동의회' 존중한다면 교회재정 횡령은 없어


조용기 목사도 세상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도모임 장로들은 2008년 조용기 목사 은퇴 후 교회 재정 570억 원을 들여 설립한 '사랑과 행복 나눔재단'을 '영산 조용기 자선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조 목사와 그 일가가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사유화'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일반 사회에서도 예를 들어, 자신이 100억 원을 들여 공익재단을 만들면 그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사사로이 쓰면 처벌을 받는다. 하물며 교인들이 낸 헌금을 사유화했다면 이는 처벌 대상이다.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처분하였을 때 그 처분은 위법이므로 무효가 된다. 교회 대표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대법원 2000.10.27. 선고 2000다22881판결, 2009.2.12.선고 2006다23312판결등). 담임목사나 당회가 교인들의 의견 없이 단독으로 교회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무효다. 따라서 교인들은 나중에라도 그 처분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재산의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92쪽)

'공동의회'는 세례교인 이상으로 구성된 교회 최고의결기구다. '당회'(목사와 장로) 그리고 '재직회'(집사)가 있지만, 목사 청빙 등 교회가 결정해야 할 모든 결의는 공동의회를 통해 결정된다. 물론 한국교회 상황에서 당회가 결정한 것을 공동의회가 뒤집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공동의회는 목사 전형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막이다.

목사가 공동의회를 존중한다면 교회재정을 횡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한국교회 교인들은 목사가 하려는 일을 찬성하지 반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목사들이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고, 교회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배임죄다.

목사나 장로가 교회 소유의 재산을 교인 총회 결의 없이 처분(매도 또는 담보 제공)하였을 경우, 그 행위로 인해 목사나 장로 자신이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 3자로 하여금 이득을 얻게 하여 교회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교회 소유의 부동산을 교인 총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제3자에게 매도하여 그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하거나, 금융 기관에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은 뒤 그 돈으로  자신이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 그 행위를 주도한 목사나 장로는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른 것이다.(94쪽)

교회 재산을 몇몇 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처분하고, 이것을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하나님 이름을 팔아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다. 규모가 작은 교회이든, 큰 교회이든 목사가 마음에 새기고 새겨야 할 일이다. 하나님께 바친 헌금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쓴다면 하나님께 죄짓는 것이다. 이는 배임죄보다 더 큰 죄다.

목사인 나도 이 죄를 지을 수 있다.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이 죄를 짓지 않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헌금은 하나님 것이니 그 어떤 경우라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교회 재정을 쓸 때 반드시 공동의회가 결의한 것만 쓰면 된다. 교회 재정을 쓸 때 불편하고, 시간이 지체될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하나님께 심판받고, 세상 법정에서도 처벌받는다.

재정이 투명하지 않는 교회는 언젠가는 망한다

다음으로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교회 재정 횡령 사건을 보면 투명하지 않은 집행이 많다. 어떤 목사는 수십억 원을 횡령해도 떳떳하고, 그런 목사를 "우리 목사님이 박해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정이 투명하지 않는 조직은 언젠가는 망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담임목사 권력이 큰 한국교회는 재정 투명성이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이유다. 투명한 교회 재정의 지름길은 회계장부를 신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회계장부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흔한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교회가 평소 회계장부 등 문서를 성실히 공개한다면 최소한 이런 다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투명 사회'로  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이때, 교회도 그에 발맞추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회 행정에 의혹을 품고 있는 교인이라도 무차별적인 폭로나 마구잡이식 정보 공개 요청은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법원은 그런 형태도 용납하지 않는다.(110쪽)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임준택 감독회장직무대행)가 교회 재정 장부 열람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장부를 보기 위해서는 입교인 과반수에 해당하는 서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왜 교인들이 교회 회계장부 공개를 청구할까? 투명성이 없기 때문이다. 마구잡이식 정보 공개를 막는 길이 투명한 공개에 있음을 잊지 말자.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는 한국교회 목사들이 서재에 꽂아 놓고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다. 교회 재정 횡령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덧붙이는 글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강문대 지음 ㅣ 뉴스앤조이 펴냄 ㅣ 7000원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강문대 지음,
뉴스앤조이, 2013


#한국교회 #교회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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