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거무스름한 건 떫은 감입니다.
임현철
'감'.
종류도 많습니다. 감은 크게 떫은 감과 단감으로 나뉩니다. 떫은 감은 대개 재래종이더군요. 단감은 접 붙여 탄생시킨 개량종이라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허기를 달래려고 담장 너머 손을 뻗어 딴 감을 한입 베어 물어 떫었을 때에는 오만상을 쓰며 "퉤퉤" 뱉어내기 일쑤였습니다.
쓰디 쓴 경험이 감의 종류를 구분하게 만들었지요. 감이 작고 뾰쪽한 것은 떫은 감, 즉 땡감이요, 둥글납작한 것은 단감이었습니다. 이는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 떨어지기 기다린다."란 속담처럼 기다린 게 아니라 감 서리를 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것입니다.
감은 한자로 '감나무 시(柹)'입니다. 홍시는 붉게 익은 감을 따 따뜻한 곳에서 숙성시킨 것이요, 곶감은 감을 말린 것입니다. 백시와 황시는 볕에 말린 것을, 오시는 불에 말린 것입니다. 또 준시는 꼬챙이에 꿰지 않고 납작하게 말린 것이며, 상시는 감나무 가지에서 서리를 맞은 감입니다.
이외에도 반시, 등시, 대봉 등 80여 가지의 종류가 있더군요. 또한 감잎차, 감와인, 감 말랭이, 감식초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주말, 감을 창원에 사시는 지인이 보내왔습니다. 이름 하여, 창원의 '하늘 아래 첫단감'입니다.
상품으로 내는 것은 아니고, 파지를 모아 보내 부담이 덜했고, 무척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이 파지마저도 맛이 달달했습니다. 역시 감의 주생산지다운 맛이었습니다. 창원 단감을 보니, 일전에 만났던 창원 동읍농협 김순재 조합장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농민들 살기 힘들다. 22년 전인 1991년에 10Kg 45개를 1박스에 담아 서울에 보내면 3만6천 원이 왔다. 그런데 지금은 3만 원 이하다. 상품의 질은 높아졌는데 가격은 내렸다. 이러니 농민들이 흥이 나겠나."그의 말을 들으면서, 공산품 가격은 다들 오르는데, 쌀을 비롯한 농산품 가격은 죄다 내리거나 그대로인 걸 알겠더군요. 여기서 정부의 가격 정책을 비판할 생각 없습니다. 다만, 힘없는 농부들에게 도시민들이 위안과 힘을 실어주자는 겁니다.
곶감, '감쪽같다'는 의미에 얽힌 두 가지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