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에서 합법화에 합의한 전교조가 지금 저렇게 공격받고 있는데, 거기서 합의하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나?"
권우성
-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정권의 최대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에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 1만7000여 개를 늘리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시간제 일자리에도 비판적이다. 노사정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와 정부의 고용정책에 한마디 해달라. "시간제 일자리의 가장 큰 핵심은 '선택의 권한'이 있는가 여부다. 가사나 육아로 어려운 조건 때문에 시간제를 선택했다면, 그 문제가 해소됐을 때 정규직으로 선택권이 주어지는가, 또 임금과 복지에서 정규직과 동일한가.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말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지금도 많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대다수가 시간제 일자리다. 청년, 여성의 일자리가 지금도 다 시간제 일자리인데, 또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일자리의 처우도 개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똑같은 일자리만 늘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국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 현재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화가 된다면 들어가겠다. 현재로써는 못 들어간다. 정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고용률 70% 목표 달성에 민주노총도 참여하라는 것인데 민주노총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 뭣 하러 들어가나?
전교조 문제는 과거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해 합법화됐다. 노사정위에서 합법화에 합의한 전교조가 지금 저렇게 공격받고 있는데, 거기서 합의하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나?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등 민주노총의 장기투쟁 사업장만 70개가 넘는다. 정부가 이런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교섭을 제안하나? 그렇게만 한다면 민주노총 위원장이 어딜 못 가겠나. 지금은 투쟁을 통해 여론을 만들어가는 방법 말고는 없다."
- 취임 후 4개월 동안 정부 쪽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나?"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온 건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노사정위 상임위원 한 명이 개인적 볼일로 왔다가 인사차 찾아온 것 말고는 없다. 전화도 받은 적 없다. 연락 오면 만날 생각이 있다. 노동자들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굴 만나지 못하겠나."
"민주노총, 이제는 인물정치 안 한다"-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에 이어 정부는 정당해산 청구까지 내놓았다.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과 함께 이석기 의원 그룹을 향한 비판도 없지 않다.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단하게 말해줄 수 있나? "공안탄압규탄대책위에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사건을 해명하는 일은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사자들이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정치적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통합진보당도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계파나 그룹의 결속력이 강하면 배타성이 강해진다. 결속력이 강하면서 다른 조직과 융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석기 의원과 그와 함께 하는 의견그룹은 결속력이 강하다. 대중정치,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문제로 진보진영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있는 것이다. 결속력만 강조될 때 집단의 광기가 폭력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폭력을 긍정적으로 볼 사람은 없다."
- 위원장 선거 당시 "민주노총 내 정치위원회를 복원해 진보정당운동을 평가하고 반성한 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치위원회 위원장 선임했고 연맹과 지역본부에 32개 정치위원장을 임원급으로 두고 있다.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정치위원회를 구성해 토론을 시작했다. 각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이전 정치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을 고민할 것이다. 공약에도 냈지만 정당정치 중심으로 선거정치 중심이 아니라 지역, 생활정치 중심으로 정치위원회가 자리매김해야 한다. 특히 진보진영이 분열된 상태에서 특정정당을 선택할 수 없다. 인물정치의 한계성을 실감했다.
표를 조직하고 선거자금을 걷고, 특정 인물을 지원하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런 인물이 민주노총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대리정치의 한계다. 민주노총은 노동중심 의제로 뭉치고 지역 중심으로 실천 구조를 가졌을 때 정치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당을 선택하고 그 당에 맞춰 활동을 하는 것은 진보정당 운동을 다시 시작해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그동안은 급했다. 의원을 국회에 들여보내야 했고 표를 모으는 것에 급급했다. 단기적 목표를 가지고 해왔다. 이제는 노동자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정치활동을 하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정치활동이 돼야 한다."
- 당선되면서 회의체계에 따른 공조직 강화를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을 주도해온 정파적 논리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였는데 현재까지 어떻게 평가하나? "정파들이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파의 생각을 중심으로 대중사업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조직의 결정이 정파의 의견에 따라 수행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공조직 회의 구조에 권위가 부여되어야 한다. 단결의 핵심이다. 그런 취지로 공조직 중심으로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 여전히 민주노총은 강성노조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대중들과는 거리가 있다. 앞으로 대중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규직 중심의 운동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00만 비정규직화 조직을 위해 200억 기금 운동에 나섰다. 돈만 모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모으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내년도 미래전략위원회를 발족하고 내부 변화와 대중적 변화의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대중과 접촉공간을 늘리는 건 방식의 고민이다. 투쟁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다.
당장 사람이 죽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웃으면서 싸울 수 있는 일인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죽었는데, 그건 가능하지 않다. 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분노는,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그대로를 인정할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정규직 대공장 노동조합 요구를 중심으로 파업을 선택하거나 투쟁할 일은 없다. 지금도 민주노총의 대부분의 투쟁은 노조설립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다. 최저임금문제이나 연금과 같은 사회적 의제는 대중하고 접촉면을 확장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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