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도리를 북한 어린이가 두른다니 신기해요"

고양외고 학생들, 북한 어린이 직접 뜬 목도리와 위해 기부금 전달해

등록 2013.11.19 14:58수정 2013.11.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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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서 틈틈이 뜨개질하는 고양외고 학생들
교실에서 틈틈이 뜨개질하는 고양외고 학생들박지호

높은 명문대 진학률로 유명한 고양외국어고 학생들이 손수 모은 돈을 북한 영유아들을 위해 써달라며 내놓았다. 지난 13일 고양외고 학생들은 전교생이 모금한 북한 영유아 지원금 200만 원을 사단법인 하나누리에 기탁했다. 고양외고는 매달 이웃사랑 기금을 모으고 1년에 한 번씩 이 모금액을 사회 곳곳에 기부해 오고 있어 사회 나눔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고양외고 학생들의 북한 이웃돕기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고양외고의 통일 활동 동아리(RUF)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북한의 가장 추운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을 위해 목도리를 200여 개를 손수 떠서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작년에 고양외고 학생들이 보낸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들
작년에 고양외고 학생들이 보낸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들 박지호

한반도 최북단 함경북도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18°C다. 서울보다 무려 11도나 더 낮다. 지속된 경제난으로 난방연료가 귀한 북한에선 어린이들도 한겨울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 목도리와 방한용품만으로도 체감온도가 약 4°C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생각하면, 북한 어린이들에겐 목도리 하나도 결코 적지 않은 선물인 셈이다.   

여느 특목고처럼 고양외고 역시 높은 학업량을 자랑한다. 고양외고 학생들은 소위 '7-10시스템'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하루 15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한다. 고단한 일상 중에도 학생들이 틈틈이 짬을 내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목도리를 떠온 것이다.

 학생들이 손수 뜬 목도리를 하나누리에 전달하는 모습
학생들이 손수 뜬 목도리를 하나누리에 전달하는 모습박지호

작년에 목도리 뜨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학생 중 한 명은 "내가 직접 짠 목도리가 실제로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는 게 신기했다. 틈날 때마다 열심히 떠서 예쁜 목도리가 완성됐을 때 매우 뿌듯하고, 그동안 목도리를 많이 떠봤지만 이렇게 뜻 깊은 적은 처음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한국인권신문은 한국 청소년들의 약 74%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수치는 일본, 중국, 미국 등에 주변 이웃 나라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통일 한국을 이루어가야 할 청소년들 사이에 북한을 향한 적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고양외고 학생들은 북한 영유아를 위해 써달라며 모금한 200만 원을 목도리와 함께 하나누리에 기부했다.
고양외고 학생들은 북한 영유아를 위해 써달라며 모금한 200만 원을 목도리와 함께 하나누리에 기부했다. 박지호

통일 동아리 담당인 노승진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목도리 뜨기를 통해 적대감이 완화되고 또 다른 렌즈로 통일과 북한에 대해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적대감이라는 것은 북한을 정치적인 집단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말로만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뜻 깊은 것 같다." (노승진 고양외고 교사) 

 고양외고 통일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목도리 뜨기 캠페인 포스터
고양외고 통일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목도리 뜨기 캠페인 포스터박지호
뜨개질을 처음해본 남학생들은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완성했다. 간혹 엄마가 도와주면서 가족 프로젝트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 모양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사랑을 뜨고 사랑을 이은 셈이다. 


고양외고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까지 목도리 뜨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목도리 뜨기에 참여한 정영종 교사는 "북한에 대해서 정치적이고 피상적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목도리를 뜨면서 북한 이웃, 누군가의 목에 이 목도리가 걸릴 것을 생각하니 참 좋았다. 뜨는 시간 내내 행복했다"다고 소감을 말했다.

고양외고는 올해 북한 영유아 지원금뿐 아니라 직접 뜬 목도리 150개도 <하나누리>에 함께 전달했다. 고양외고 나병찬 교장은 "공부도 바쁜 와중에 학생들이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모금을 하고 목도리를 뜨는 것이 참 대견했다. 작은 나눔이지만 벽돌 하나 쌓는 마음으로 동참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나누리 방인성 대표는 "남북이 갈라져 있는 현실에서 통일이란 주제가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주제인데 학생들에게 이렇게 고민하고 참여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학생들이 북한에 보낼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학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북한에 보낼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학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박지호

덧붙이는 글 박지호 기자는 사단법인 하나누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 #고양외고 #하나누리 #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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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갈등전환센터 센터장 (서울시 이웃분쟁조정센터 조정위원, 기상청 갈등관리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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