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연에서 아비가일레 역의 안젤라 니콜리. 4막에서 죄를 뉘우치고 동생 페네나에게 화해를 청하는 장면.
문성식
3일 공연의 마지막날인 17일 공연 2막에서 아비가일레 역의 안젤라 니콜리의 독창에 모두들 브라보를 외쳤다. 그녀는 동작이나 시선처리, 고음역까지 편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처리했다. 중후한 저음의 대제사장 자카리아 역의 바리톤 크리스티안 파라벨리에게도 브라보는 돌아갔다.
2막 마지막에 나부코가 자신은 '왕이 아니라 유일신'이라면서 모두에게 자신을 숭배하라고 하자 벼락이 내리쳐 나부코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극중인데도 정말로 신이 벌을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몰입감을 준다. 바리톤 파올로 코니는 자신만을 알고 살다가 결국 종교를 받아들이는 솔로몬 왕 나부코 역을 그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로 표현해 만족감을 주었다.
3막 바빌론의 공중 정원은 솔로몬 왕의 왕관을 스스로 집어 쓴 아비가일레가 왕좌에 앉아 시작한다. 호화찬란한 금색 왕좌에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는 왕관을 쓴 그녀의 모습이 위엄있어 보인다. 시각적인 만족이 느껴져서일까. 1막에선 부족하게 느껴졌던 합창도 좋았다.
3막 2장 시작은 드디어 우리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잘 알려진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 합창이다. 조국의 해방을 간절히 바라는 히브리인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부분인데, 장엄함을 기대했으나 다소 경쾌한 편이었다. 미뉴에트처럼 힘보다는 부드러움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다.
4막 바빌론 왕궁의 방은 붉은 조명에 뒷배경 그림이 감옥을 원형의 원근법으로 표현하고, 그 앞에 장막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데, 조명과 색채의 미학이 좋았다. 오페라 <나부코>의 특징은 합창도 많지만, 1막 이후 4막까지 진행될수록 각 인물들의 솔로가 많아진다. 나부코, 아비가일레, 페네나의 솔로 등이 극 후반부로 치닫는 사건의 진행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