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문태호 강원지부장을 대상으로 한 공작 수사 보고서 내용 일부.
성낙선
경찰, 시민사회단체 대표 일거수일투족 감시 활동 보고강원지방경찰청이 공작 수사를 벌여온 대상자들은 전교조 강원도지부장인 문태호씨를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온 강원도 내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의 대표와 활동가들이 대부분이다.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의 신상정보를 파악해 보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문태호 지부장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동향까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교조 강원지부 홈페이지와 개인 블로그 검색을 통해서 66건의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애초 공작 수사 대상자들에게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찾아내 사법 처리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사찰 대상자에게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점 구증되면 사법 처리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찰은 먼저 문태호 지부장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문 지부장이 '학생 학부모 교육원 자치와 교육자치 방해 교과부 규탄 기자회견' 등 여러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실을 보고했다.
경찰은 문 지부장을 내사한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공작 진행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하고는 문 지부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에 "특이동향 없이" 종료 또는 해산했다고 적었다. 또 앞으로 취할 '조치 및 의견'을 달아 "최근 활동 사항에 대한 지속적이고 세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수시 접촉 인물 등에 대하여 지속적인 수사로 구증자료를 확보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보고서에는 또 경찰이 채증한 것으로 보이는 기자회견 사진도 첨부돼 있어, 문 지부장이 행사에 참가할 때마다 따라다닌 것을 알 수 있다. 문 지부장에 따르면 이 행사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열렸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다른 수사 대상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도내 한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과 관련해서는, '내사첩보' 보고서에 그가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사실을 적시하고 "반정부 활동이 예상된다"고 적었다. 경찰은 그 보고서에서 그가 "MB정부 퇴진 운동, 국가보안법 철폐 등 반미·반정부·친북 활동이 예상"된다며, "민주노동당과의 연대 활동 내용 등을 내사하여 혐의점 발견 시 공작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번에 공개된 경찰 공작 수사 문서에는 특정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한 '종합공작계획서'도 포함됐다. 이 계획서는 공작명을 "대덕산" 등으로 정하고, 음어까지 공유하면서 비밀을 유지했다. 공작 목적으로는 "'전농 강원도연맹', '춘천청년회' 조직 실체 규명·핵심 활동가 사법 처리"로 적고 있다.
이 계획서에는 또 '공작 요령'으로 경찰인 공작관과 협조자(수사 대상자에게 근접할 수 있는)와의 관계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공작관과 협조자의 관계를 친인척 관계로 가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서는 공작을 벌이는 기간까지 특정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