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소개된 삽화"물론, 그 사람들은 영리해. 당연히 영리해야지. 그 사람들은 돈이 없거든."이라고 하는 대화내용은 풍자를 통해 돈 가진 자들의 생각을 비꼰다.
은행나무
그리고 경제를 무한경쟁의 시장논리에만 맡기는 신자유주의를 제1의 덕목으로 내세우는 '능력주의'가 뒤를 잇는다.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사회에 대입한 사회진화론이 신자유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우월성을 인정받으면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풍요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세습되던 양반이 3~5%였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평등과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된 현대사회에서 보이고 있는 갈수록 심화·확대되는 경제적 불평등은 조선시대처럼 세습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회를 500년전 신분제 사회의 조선시대보다 낫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책은 '불확실성'을 불안의 다섯 번째 원인으로 소개한다. 내 학창시절 아버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황금열쇠'라는 것을 받아온 적이 있다. 정말 황금으로 만든 열쇠라고 했다. 25년 근속 기념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수여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무슨 전설 같은 얘기다.
1997년 IMF 이후 모든 기업체에서 실시한 구조조정과 함께 찾아온 이른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상당수 정규직에 포함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열패감과 함께 불안감을 안겨주게 된다. 그들에게 황금열쇠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한다. 이래가지고는 사회가 건전할 수 없다. 불안하면 아무것도 온전하게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결혼도 안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2세 계획을 하지 않는 악의 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불안의 해법 다섯 가지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해법도 제시한다. 여기에서도 다섯 가지의 항목을 제시하는데 그 첫째가 철학이다. 철학적인 사고가 외부의 의견에 반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보는데, '이성'의 규칙에 따른 다면 흔들릴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나 질책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말이다. '철학은 성공과 실패의 위계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과정을 재구성할 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두 번째는 예술이다. 저자의 설명을 보자면, 1860년대 영국에서는 '예술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라는 문제가 현안이 되었다고 한다. 결론은 '쓸모가 없다'였다고. 이에 대해 매슈 아널드라는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는 예술은 "삶의 비평"이라고 정의했다. 저자는 '예술의 역사는 지위의 체계에 대한 도전, 풍자나 분노가 서려있기도 하고, 서정적이거나 슬프거나 재미있기도 한 도전으로 가득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소설가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와 닿았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인물들을 설명하면서 속물 근성에 대한 비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얘기한다. 세간의 사람들 눈에 씌어져 부와 권력을 확대해 보여주는 렌즈를, 소설가는 인격의 특질을 확대해 보여주는 도덕적 렌즈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술 작품에도 위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1648년 루이 14세가 아카데미를 만들 때부터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순(順)으로. 위계의 마지막 단계에 속한 풍속화가 가장 경멸적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우리 조선시대의 김홍도나 신윤복도 당시에 이런 취급을 받았다면 이 위계는 세계 공통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또한 비극을 통해 실패한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지기도 하고, 희극을 통해 가진 자들 또는 권력자들에 대한 풍자, 해학, 익살, 조롱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암울한 시대라면 이런 작품들은 제재를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