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합작' 김장이 이루어졌다.
나영준
설명은 그렇게 해주었지만, 일부 과장이 섞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문 열다 앞집 주민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불편하게 고개를 숙이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었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얼핏 스친다.
어쩌면 도시에서는 김장 자체가 보기 힘든 풍경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에 가면 먹기 좋게 숙성된 김치들이 종류 별로 즐비하니 말이다. 지갑만 열면 되니 일부러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아쉬운 것은, 품을 줄이는 건 좋은데 맛을 통일시킨 탓에 그 집만의 독특한 맛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유효한 사실이다. 이웃뿐일까. 요 앞집은 지난 주말 시집간 딸이 와서 엄마의 김장을 도왔다고 한다. 김장은 고된 노동이지만 집 떠난 자식을 불러들이기도 하니, 세상사는 맛도 덤으로 묻어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김치에 굴은 왜 넣어요?""고춧가루 많이 넣으면 너무 맵지 않아요?"질문이 쏟아진다. 김치에 넣는 게 어디 굴뿐일까. 지역과 입맛에 따라 생선을 통째로 넣기도 하고 문어, 오징어, 배와 사과, 대추, 밤, 잣, 고추씨 등을 함께 버무리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곁가지로 들어가는 재료와 숙성 기간에 따라 빚어내는 맛은 천차만별.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다양한 김치 맛을 한 번에 이해시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모님이 담그는 김치는 평균에 비해 조금 매운 편이다. 중국 선생님들은 평소 김치를 즐기지만, 매운 탓에 많은 양을 먹지는 못한다고 한다. 맵다는 건 맛이 아니라 혀가 느끼는 고통, 결국 혀가 아프다는 건데 이날 '맛있게 맵다'라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혹 '혀가 맛있게 아프다'로 들렸을까 걱정이 된다.
배추 속을 잎사귀 사이로 쓱쓱 묻혀내는 모습들이 제법 진지하다. 김장은 어머니들의 손길에서 맛이 좌우된다. 소금의 양이며 고춧가루와 젓갈, 갖은 양념의 양은 오직 손의 감각만으로 정해진다. 물론 남자들의 몫도 있다. 절인 배추를 옮기고 속을 버무린 배추를 알맞게 재놓는 일은 힘센 남자들의 역할이다. 실제 이날 한 선생님은 큰 대야에 담긴 속을 버무리느라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나머지 인원들도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아가며 자신의 몫을 해냈다.
대망의 뒤풀이, '한중합작' 김장이 완성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