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고 있어 든든한 내 친구
조경희
친구도 나도 회사에서 중간 간부의 나이가 되니 앞으로 할 일 보다 그동안 해왔던 일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 나는 더 달릴 수 있는데 회사는 고삐를 잡고 사회는 달리는 발목을 움켜쥔다. 서글프고 억울하지만 주저앉아 징징거릴 순 없기에 나와 친구는 신통하게도 같은 시기에 제2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 이 사회에서 30대 중후반의 여자가 지금 시작해도 정년이 조금 더 보장될 거라 보이는 일을 찾았다. 친구는 친구의 적성을 살려 나도 나의 성향을 고려했고 우리는 열심히 숨을 고르는 중이다.
친구이지만 서로 "나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해" 하고 말을 떼기가 참 어려웠다. 주변에서 '잘하고 있는 일이나 하지 사서 고생'이라며 나무라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여 기운이 빠지던 참이었다. 모두 걱정되고 혹여 더 고생될까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우리도 확신이 없으니 더 기운이 빠졌을 것이다. 친구와 이야기를 터놓고 우리는 "역시나~ 너도 그렇구나. 너도 나도 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하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 선택한 길을 잘 걸어가라 등 두드려주며 기운을 돋고 있다.
친구야 이 세상 내가 너의 빽이 되어줄게!세상은 흐르는데 이제 반도 살지 않은 우리가 과연 잘 걸어가고 있는지는 나도 친구도 아무도 모른다. 일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아까운 시기라는 것도 알고, 말만 좋은 제2의 직장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도 감내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뻔히 보이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뒤 알몸으로 툭 던져질 내 모습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진 것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살아갈 까마득히 남은 날과 그 길을 함께 가는 친구가 있다. 세상은 참 무섭게 변한다. 무섭게 변하는 세상 우리 한탄만 하지 말고 "그래 네가 이렇게 변하면 나는 요렇게 살아볼게" 하며 대들며 살아가보자. 지 까짓 게 어쩌겠는가. 그래 봤자 내가 사는 세상일 뿐인 것을. 그리고 나에겐 동시대를 살며 같은 고민을 하는 든든한 친구라는 '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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