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밭
이상옥
모공을 뚫고 비죽 비죽한 갈대 사이로 여기 저기 땀구멍이 숭숭,지구는 연신 숨이 가쁘다- 이상옥의 디카시 <순천만 갈대밭>몇 주 전 바람처럼 순천만 갈대밭을 다녀왔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사람들은 갈대숲으로 모여든다. 도시의 아스팔트를 밟고 사는 사람들. 흙이, 그리워서 그런 것일 게다. 물과 흙으로 빚은 순천만 습지만큼 생의 본원적 그리움을 일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싶다. 순천만 갈대숲 군락은 세계 5대 연안습지를 기반으로 하여 약 2.3km의 국내 최대 규모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순천만은 70만 평의 빽빽한 갈대밭과 끝이 보이지 않는 800만 평의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져 있어, 농게, 칠게, 짱뚱어 등과 같은 갯벌 생물 서식하며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 철새가 찾아와서 노니는 정말 특별한, 에덴동산의 원형과 같은 곳이다.
갈대숲 나무테크길을 걸으며 마음을 풀어 놓다어느 계절이든 다 아름답겠지만 특히 순천만 갈대는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갈대숲 나무테크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마치 태초의 아담과 이브가 된 듯하기도 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무한한 습지, 아스팔트에 경직되고 긴장된 마음 여기에다 다 풀어놓고 가도 좋을 듯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