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의 표지.
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제3인류>는 작가의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가 많이 녹아들어 있다. 그의 과거작품 <개미>부터 최초의 인류를 소재로 삼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전생과 사후세계를 담은 <타나토노트>는 물론이고 지구 밖으로 14만 명의 탑승자를 태우고 떠나는 우주비행선 이야기 <파피용>까지. 베르베르가 지금까지 써왔던 소설들의 소재가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까메오 출연'처럼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의 구성 역시 지난 작품들처럼 여러 개의 시점이 번갈아서 이어진다. 마치 여러 개의 실이 엮이면서 하나의 옷감이 되듯,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 연결되며 하나의 긴 이야기를 만든다. 다만 평소 두 개의 시점으로 이뤄지던 게 이번에는 세 개로 늘어났는데, '지구'에도 생명과 의식이 있다고 가정해 하나의 시점으로 추가한 게 인상적이다.
소설 <제3인류> 속에서 지구는 스스로의 의지로 생명을 진화시키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존재다. 그러나 인류는 점점 그의 메시지를 듣는 일로부터 멀어지고, 지나치게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킨다. 이에 분노한 지구는 스페인 독감과 각종 자연재해로 인류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아마 작가는 '끊임없는 개발과 자연파괴 때문에 인류가 자멸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지고 싶은 것 같다. 씁쓸하게도 현재 시점에서, 인류의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기 때문이다.
전작 <파피용>에서 주인공들은 인류로 인해 파괴된 지구를 포기하고, 거대한 우주함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한다.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면서, 14만 명이 오랜 우주항해를 겪는 동안 고스란히 인류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우화를 보여줬다. 이번 <제3인류>에서는 아마도 포기하지 않고, 지구 안에서 행성과 인류 간의 소통을 그려내는 쪽으로 이야기의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제3인류>에서 베르베르는 다시 한번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면서 인류의 다양한 가능성을 그려냈다. 비록 픽션이지만, 저자가 과거 과학잡지 기자로 근무하면서 얻은 지식이 담겨있다. 이 소설을 통해 한번쯤 인류의 행위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작가의 메시지처럼,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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