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코오롱 스포츠용품 불매운동을 시작하여 주요 매장 앞에서 1인시위를 전개할 것을 선포했다. (자료사진)
노동과세계 변백선
2005년 2월 노조는 430명 희망퇴직자가 자발적으로 나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입 충원을 요구하지 않으며, 임금 15%를 삭감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회사가 희망퇴직자 430명을 포함해 최종 509명을 해고한다는 데 도장을 찍었다. 코오롱은 희망퇴직자 말고도 78명을 더 해고했다. 7대 집행부 일원으로 위력적 파업을 주도한 최일배 의장을 비롯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던 노동자들을 찍어냈다.
해고자들이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를 만들었고 50명이 정리해고 투쟁을 시작했다. 해고자 신분으로 10대 임원선거에 출마한 최일배 의장이 노조 위원장에 당선됐지만 사측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빌미삼아 그를 현장에서 내몰았다. 2006년 4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최일배 의장 등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해 회사 손을 들어줬다. 해고자들은 완전히 공장 밖으로 밀려났다.
"우리가 복직투쟁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구미공장 내 송전탑 고공농성, 단식, 청와대 앞 크레인 고공농성, 본사 로비점거, 이웅열 회장 자택 점거, 손목 자해까지 안 해본 거 없이 다 했어요."그는 이웅열 회장 집 점거농성 때 잡혀가 6개월 간 구속생활를 했다. 2013년 11월 현재 코오롱 정리해고자 14명이 끝까지 남아 싸우고 있다. 최일배 의장과 김혜란 조합원,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파견된 이상진 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생계투쟁을 나가 투쟁기금을 모은다. 코오롱정투위는 2012년 5월 11일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최일배 의장은 민주노총 경북본부 구미지부 조직부장 직책도 갖고 있다. 2010년 KEC 파업투쟁 때 20대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공장에 들어가 점거농성을 벌였다.
"내 노조의 조합원은 아니나 노조활동을 먼저 한 사람으로서 저 어린 동지들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KEC 공장이 코오롱 바로 맞은편에 있잖아요. 우리가 잘못해서 KEC 동지들이 이런 일을 당하나 싶어 책임감도 느꼈습니다."최 의장은 KEC 점거투쟁으로 인해 그해 11월 초 구속됐고 6개월을 또 감옥에서 살았다. 코오롱 정리해고자들은 지난 봄부터 코오롱스포츠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에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불매운동을 했어요. 그때는 코오롱 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했는데 민주노총 대규모 사업장에서 조합원 단체선물로 코오롱 제품을 줬어요. 또 민주노총에서 코오롱이 운영하는 연수원에 모여 행사를 하고 코오롱 택이 붙은 옷을 나눠줬구요. 당시 불매는 실패로 돌아갔어요."이번 불매운동은 코오롱스포츠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대외적으로도 SNS 소문도 나고 하니까 코오롱이 압박을 받는 것 같아요.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불매를 시작한 후에 노무팀 담당자도 만나자고 해요. 별거 아니지만 작은 변화는 있어요."노동자들이 산행을 하며 불매운동을 외치자 코오롱은 전국 102개 산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작 우리가 민주노총에 요청한 것은 조합원들이 코오롱 정리해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코오롱 옷을 안 입고 단체선물로 코오롱 스포츠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었어요."그는 노동조합이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패배감과 상실감이 큰 것 같다고, 코오롱불매가 아니어도 무엇에든 집중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민주노총이 하니까 되더라 하는 자신감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코오롱정투위는 한 달 전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 계란을 삶아 '정리해고는 나빠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과천중앙고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왜 고등학교 앞에서 주느냐고요? 이 아이들이 커서 사회생활을 할 때는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죠."전태일노동상 수상... "'9년간 투쟁한 게 잊히지 않았구나'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