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2월 18일 서울구치소에서 출감한 지학순 주교. 마중나온 인파와 기쁨을 함께나눴다. 지 주교 뒤에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보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조선>은 같은 사설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삶을 예로 들면서 사제단을 비판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유신 독재와 군부(軍部) 쿠데타 시대에 국민이 의지하는 마음의 기둥이었다. 그는 불의(不義)와 폭력에 피해를 본 국민의 사정을 들어주는 우리 사회의 '귀'였으며,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국민을 대신했던 우리 사회의 '입'이었다. 김 추기경은 누구보다 완강하게 정권의 반(反)민주성에 맞섰지만 '정권 타도'나 '대통령 퇴진' 같은 구호는 좀체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국민 아픔을 어루만지고 넘어진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데 정성을 쏟았다. 그는 자신만이 정의의 사도(使徒)인 양 비치는 오만을 무엇보다 경계했다.즉 김수환 추기경은 "대통령 물러나라"는 말은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 추기경이 생전에 '대통령 퇴진' 단어를 직접 쓴 적은 없다. 하지만 김 추기경이 박정희 독재정권과 전두환 독재정권을 비판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에게 묻겠습니다. 비상 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한테 막강한 권력이 가 있는데, 이런 법을 또 만들면 오히려 국민과의 일치를 깨고, 그렇게 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고, 평화에 해를 줄 것입니다." - 1971년 12월24일 성탄 자정 미사"7·4 남북공동성명이 평화 위장의 전쟁 준비 수단이나 권력정치의 기만전술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민족과 더불어 엄숙히 경고한다." - 1972년 8월 광복절 담화"10월 유신 같은 초헌법적 철권통치는 우리나라를 큰 불행에 빠뜨릴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 1972년10월 17일"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 1980년 설날 전두환에게 "이 정권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라고 묻고 싶습니다. 이 정권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습니까. 총칼의 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 1987년 1월 26일 박종철 타살 사건 미사"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 1987년 6월 13일 1993년 선종한 지학순 주교는 1974년 7월 23일 "유신헌법은 폭력과 공갈과 국민투표라는 사기극에 의해 조작된 것이기에 무효이고 진리에 반대되는 것"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다. 박정희는 이런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8월 1일 비상군법회의에서 '유신체제에 불만을 품고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 했다'는 이유로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지 주교의 양심선언을 말렸지만 이렇게 말한다.
"주교님, 양심대로 하십시오. 우리야 가진 거라곤 양심밖에 없지 않습니까." 양심대로 하라는 말이다. 독재정권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탄압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양심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해 12월 25일 성탄축하 자정미사에서 김 추기경은 "지학순 주교의 투옥은 안일 속에 잠들었던 교회를 밑바닥에서부터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정치현실은 정직한 현실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나 기본 인권을 박탈당해도 침묵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추기경의 발언을 종합하면, 양심으로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교구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것 역시 양심에 바탕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 마디 발언을 발목 잡아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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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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