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김수환 추기경 이름을 더럽혔다

양심에 따른 사회참여 강조한 고 김수환 추기경... 박창신 신부 종북몰이 그만해야

등록 2013.11.26 15:25수정 2013.11.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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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두고 '도깨비 방망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국정원 부정선거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였는데, 청와대와 <조선일보>는 연평도 발언을 빌미 삼아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너 종북이야!" 하나면 끝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박창신 신부 발언이 "대한민국 파괴, 적에 동조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그는 일제식민지가 "진출이냐", "침략이냐"라는 질문에는 얼버무렸다. 그럼 정 총리는 '종일'인가? 정 총리에게 묻고 싶다.

"정 총리님, 조국은 어디입니까? 일본입니까? 대한민국입니까?"

<조선일보>는 '종북 신부'들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지면을 통해 보여주었다. 3면, 4면을 통해 정의구현사제단 '붉은 덧칠' 기사를 쏟아냈다.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靑 "종교인이라도 從北은 안된다" 단호한 선 긋기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朴신부 "컴퓨터로 大選 개표 조작 증거 많아… 대통령 퇴진해야"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새누리 "65만 軍 모독… 野 명확한 입장 밝혀야", 민주당 "야당과의 연계론 제기는 야비한 정략"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함세웅 "廉대주교 '정치개입 금지' 발언은 교리 왜곡" 주장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연평도 주민 격앙 "朴신부 막말, 우리를 다 죽이는 일"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박창신, 문정현·규현 형제와 함께 대표적 강성 司祭(사제)
[정의구현사제단 파문] 함세웅 등이 40년째 주도… "김현희(KAL기 폭파범)는 가짜·천안함은 음모" 주장

<조선일보> 기사 제목을 보면, 22일 사제단 시국미사 본질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 내용은 없다. 사제단이 '붉은 물'이 들었다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 개별 기사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조선> "사제단, 이제는 사회 조롱 받는 빈축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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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장재완


<조선>은 <함세웅 등이 40년째 주도… "김현희(KAL기 폭파범)는 가짜·천안함은 음모" 주장> 기사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로 6·10 민주화 항쟁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주화 이후에 국가보안법 폐지, 반미(反美), 통일, 반전(反戰) 운동 등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이념적 편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그 예로 "첫 사건은 1989년 8월 문규현 신부 불법 입북하여 평양 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임수경양과 함께 귀환시키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파견한 일이었다"면서 "사제단의 좌경성은 2000년대 들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2002년 11월 미군 장갑차 여중생 희생 사건 해결과 소파협정(한·미 행정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시국 기도회를 열었고, 2003년 11월에는 1987년 발생했던 KAL 858기 사건이 조작됐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한·미 FTA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개최했으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 촛불 시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용산 사태 등에 개입하면서 일방적 주장을 펼쳐서 친북(親北), 종북(從北)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창신, 문정현·규현 형제와 함께 대표적 강성 司祭(사제)> 기사는 박창신 신부를 종북 성향이 강한 사제로 규정했다. 기사는 "22일 시국 미사에서 강론을 한 박창신(71) 신부는 종북 성향 단체 시위 현장의 단골인 문정현(73)·문규현(64) 형제 신부와 함께 전북의 강성 사제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왜 세상의 조롱거리 됐는지 아는가> 사설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정의구현사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건립 반대에 이르기까지 세속의 모든 현안에 개입해 갈등을 증폭하는 걸 사명처럼 여겨왔다"며 사제단을 '갈등세력'으로 표현했다.

"무슨 정치 컨설턴트라도 되는 양 특정 정파의 세력을 확장하는 전략 모임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그때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땅을 헛딛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쌓았던 역사적 공로를 다 까먹고 이제는 사회의 조롱을 받는 빈축 대상이 돼 버렸다.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집단마다 이해(利害)가 서로 갈리고 원인과 결과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사회·경제적 현안을 뚫어보지 못하고 어디서나 흑백(黑白)의 도끼를 휘둘러 자신들이 세상일에 얼마나 무지(無知)한가를 스스로 폭로해 왔기 때문이다."

"유신헌법은 무효" 주장한 지학순 주교에게 "양심대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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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2월 18일 서울구치소에서 출감한 지학순 주교. 마중나온 인파와 기쁨을 함께나눴다. 지 주교 뒤에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보인다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조선>은 같은 사설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삶을 예로 들면서 사제단을 비판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유신 독재와 군부(軍部) 쿠데타 시대에 국민이 의지하는 마음의 기둥이었다. 그는 불의(不義)와 폭력에 피해를 본 국민의 사정을 들어주는 우리 사회의 '귀'였으며,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국민을 대신했던 우리 사회의 '입'이었다. 김 추기경은 누구보다 완강하게 정권의 반(反)민주성에 맞섰지만 '정권 타도'나 '대통령 퇴진' 같은 구호는 좀체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국민 아픔을 어루만지고 넘어진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데 정성을 쏟았다. 그는 자신만이 정의의 사도(使徒)인 양 비치는 오만을 무엇보다 경계했다.

즉 김수환 추기경은 "대통령 물러나라"는 말은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 추기경이 생전에 '대통령 퇴진' 단어를 직접 쓴 적은 없다. 하지만 김 추기경이 박정희 독재정권과 전두환 독재정권을 비판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에게 묻겠습니다. 비상 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한테 막강한 권력이 가 있는데, 이런 법을 또 만들면 오히려 국민과의 일치를 깨고, 그렇게 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고, 평화에 해를 줄 것입니다." - 1971년 12월24일 성탄 자정 미사

"7·4 남북공동성명이 평화 위장의 전쟁 준비 수단이나 권력정치의 기만전술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민족과 더불어 엄숙히 경고한다." - 1972년 8월 광복절 담화
"10월 유신 같은 초헌법적 철권통치는 우리나라를 큰 불행에 빠뜨릴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 1972년10월 17일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 1980년 설날 전두환에게

"이 정권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라고 묻고 싶습니다. 이 정권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습니까. 총칼의 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 1987년 1월 26일 박종철 타살 사건 미사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 1987년 6월 13일

1993년 선종한 지학순 주교는 1974년 7월 23일 "유신헌법은 폭력과 공갈과 국민투표라는 사기극에 의해 조작된 것이기에 무효이고 진리에 반대되는 것"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다. 박정희는 이런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8월 1일 비상군법회의에서 '유신체제에 불만을 품고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 했다'는 이유로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지 주교의 양심선언을 말렸지만 이렇게 말한다.

"주교님, 양심대로 하십시오. 우리야 가진 거라곤 양심밖에 없지 않습니까."

양심대로 하라는 말이다. 독재정권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탄압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양심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해 12월 25일 성탄축하 자정미사에서 김 추기경은 "지학순 주교의 투옥은 안일 속에 잠들었던 교회를 밑바닥에서부터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정치현실은 정직한 현실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나 기본 인권을 박탈당해도 침묵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추기경의 발언을 종합하면, 양심으로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교구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것 역시 양심에 바탕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 마디 발언을 발목 잡아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조선일보 #종북몰이 #김수환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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