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정비 후 차량 위주의 덕수궁길
김성균
최근 서울시와 중구에서는 덕수궁길을 보행자 우선의 가로에서 차량 위주로 차도로 정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를 설계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자 합니다.
덕수궁길은 생활가로에서 차를 인위적으로 천천히 달리게 하여 가로 전체를 보행자가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보차공존도로입니다. 이를 위해서 덕수궁길에는 S형 가로구조, 볼라드, 사괴석, 험프, 바닥패턴 등 물리적, 심리적으로 차량이 속도를 늦추게 하는 여러 기법들이 도입되어 있습니다.
이번 덕수궁길의 정비에서 차량감속을 위한 원래의 설계의도를 무시하고 차도를 바꾼 것이 문제입니다. 사괴석, 험프, 바닥패턴 등 여러 가지 차량감속 장치를 제거하고 차량이 최대한 빨리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변경하였습니다.
원래 있었던 덕수궁길 입구의 사괴석(정육면체 형태로 돌담·보도 조성에 사용되는 돌) 교차로와 차도 양쪽의 사괴석은 심리적, 물리적으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도록 설계된 것인데 이번 공사에서 이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아스팔트를 입혔습니다. 이 사괴석을 제거하면 경관적으로도 나빠질 뿐만 아니라, 운전자는 속도를 빨리 내게 되어, 감속장치 없는 S자형 가로는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대형버스 출입 감안했다"는 해명... 이 길은 '걷고 싶은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