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의장에게 항의하는 전병헌 원내대표강창희 국회의장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 하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남소연
여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임명동의안은 총 159명 무기명 투표에 찬성 154표, 반대 3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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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누리당의 의지만 구현된 표결이었다. 몸싸움만 사라졌을 뿐이었다. 과정을 살펴보자면 사실상 날치기나 다름 없었다. 앞서 "여야 논의된 합의점은 존중·수용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발언은 무색해졌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 감사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단독 개최했다. 민주당 측이 '여야 간사 협의'를 주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 특위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단 10분 만에 처리됐다.
양당의 시선은 공을 넘겨 받은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향했다. 새누리당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인사청문특위가 인사청문 내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때 국회의장이 이(임명동의안)를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직권상정'"이라며 임명동의안 상정을 거듭 요구했다. 또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면 의사일정을 작성하는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여야 합의에 의해 의사일정을 정하는 것은 관행"이라며 규정에 맞춰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은 '(본회의) 부의'로 이는 안건 심의를 위한 준비행위일 뿐"이라며 "국회 개원 이래 130여 건의 임명동의안 중 단 한 건도 직권상정이 된 사례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강 의장은 '친정' 새누리당의 손을 들었다. 본회의 처리예상안건 중 마지막 순서에 있던 임명동의안을 본회의 첫 머리로 올려 상정했다. 의원총회를 하던 민주당은 강 의장의 '기습상정'에 뒷통수를 맞고 급히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수모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 의장은 "인사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게 관례"라며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요구를 거부했다.
투·개표 과정에서도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박범계·김광진·서영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명패와 투표용지를 배부 받았다. 투표권 행사를 늦춰서라도 임명동의안 표결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강 의장이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도 "다 안 했다, 투표 안 했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빨리 투표하시라"고 한 강 의장은 세 번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 다 하셨냐"고 물은 뒤 곧장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명패와 투표 가부를 확인하는 감표위원들조차 모두 새누리당 의원으로 선정됐다. 박범계 의원은 이와 관련, "달리 얘기하면, 실시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는 중차대한 선거에 있어 한쪽 정당의 참관인과 한쪽 정당의 투·개표인만 배석한 채 투표가 실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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