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박 대통령은 "과격발언" 운운할 자격 없다

등록 2013.12.10 15:13수정 2013.12.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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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론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것이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에서 한 말이다. 아마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이 앞날 "선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한 것과 장하나 의원이 8일 "부정선거와 대통령 퇴진하라"고 촉구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을 것이다.

과연 박 대통령 '과격발언'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불량정권', '파괴정권', '참나쁜 대통령' 같은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표 때인 지난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안을 열린우리당이 강행처리하자, 거의 두 달 동안 장외투쟁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 한없는 걱정으로 비통한 심정. 저와 한나라당은 싸움하지 않는 정치로 국민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으나 이 무도한 정권이 사학법을 '날치기' 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여당이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정안을 거부하고 느닷없이 자기들의 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학교를 정치무대와 이념 교육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 - 2005.12.19 <오마이뉴스>박근혜 "현정권은 나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

"코드인사, 비판언론 죽이기, 남파간첩 국가인사 포장, 네편 내편 가르기 등을 통해 나라를 파괴시켜 온 노무현정권이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마저 자기들의 정권연장의 도구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이 정권은 그야말로 무능정권, 꼼수정권, 파괴정권"-2005.12.28<오마이뉴스> 박 대표 "노 정권은 무능정권·꼼수정권" 맹비난

"어제 대통령의 연두회견을 보고나니 이 정권이 얼마나 잘못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 기가 막히다. 노 정권은 불량정권. 노 대통령의 발언은 피눈물 흘리는 국민들에게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일"-2006.01.20 <데일리안> '박근혜 "노 정권은 불량정권" 강도높은 직격

"그 돈이 국민혈세가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재산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낭비할 수 있었겠냐. 현 정권은 민간기업이라면 진작 망했을 것" - 2006.01.26 <노컷뉴스>박근혜 "盧정권, 민간기업이라면 진작 망했을것"


과연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불량정권, 파괴정권, 무능정권, 꼼수정권"이라는 말을 쏟아낸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뿐 아니다. 노 대통령 '정체성'을 묻는 질문도 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수사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 대해 '검찰지휘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10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을 이룩하자', '6·25는 통일전쟁인데 미국과 맥아더 장군 때문에 실패했다', '자본주의식만 통일이냐'는 주장에 찬성하느냐"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노 대통령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했다.


같은 날 <오마이뉴스> '박근혜 "체제 수호에 모든 것 걸겠다"' 기사에 따르면 박 대표는 "간첩은 간첩으로, 국보법 위반자는 국보법 위반자로 온당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파문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법무장관을 즉각 해임해야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 사과와 천 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노 대통령만 아니라 전교조를 "이제 전교조가 '반 APEC 동영상'으로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길이 없다"며 "아이들이 영문을 모르고 반미를 외치고, 북한의 '아리랑 축전'을 보면서 뭔지도 모른 채 탄성을 지를 것"이라며 '붉은 덧칠'을 했다.

이뿐 아니다. 기자들도 박 대통령은 과격발언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위원 중 진영아씨가 거짓말 논란 따위로 사퇴하자 언론들은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에게 끈질긴 질문을 했다. 그러자 "토 달지 마세요"라고 했다. 기자들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2011년 1월 국회에서 열린 한 바자회에 참석해 "복지를 돈으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는 격려사를 했다. 한 기자가 '복지를 돈으로만 보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묻자,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라고 했다. 이 질문을 했던 <경향신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박 전 대표한테 오랜만에 '레이저 광선'을 맞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명박 정권 내내 '박근혜 대세론'은 견고했다. 하지만 2011년 9월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양보하자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기자들이 가만 있을리가 없다. 추석을 앞두고 인천에 있는 한 고용센터를 방문했을 때 "안 원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질문했다. 돌아온 대답은 "병 걸리셨어요?"였다.

지금도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발언은 손석희 JTBC보도부문 사장이 MBC라디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지난 2004년 4월 9일 인터뷰 내용이다. 손석희 당시 진행자는 인터뷰 대상자가 누구이든 '송곳 질문'을 했다.

"거여견제론, 거야심판론, 경제 회생론의 근거가 무엇이냐."(손석희)
"여당이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해야되지 않느냐."(박근혜)
"단지 그 이유뿐이냐.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거대여당의 위치에 있을 때 환란이 빚어진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손석희)
"한쪽만의 책임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새롭게 거듭나는 정당."(박근혜)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시는 것 같은데, 유권자들은 과거를 보고 판단하지 않느냐."(손석희)
"저하고 싸움하시자는 거예요?"(박근혜)

이 인터뷰 이후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발끈해'라고 했다. 지난 해 11월 5일 <오마이뉴스>가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다가와 손을 잡으려 하자 '손이 아프다'며 악수를 사양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박 당시 후보는 28일 단독TV토론에 나와 "그 사진을 딱 찍어서 악랄하게 유포를 시켰다"며 분노했다.

특히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육시럴', '*없는 놈'이라는 막말을 쏟아낼 때 그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박근혜 대표 모습이다. 과연 누가 과격 발언을 했는지, 박 대통령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과격발언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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