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복지카드 뒷면은 복지카드로 사진 이름 생년월일 발행일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신경호
장애인 복지카드가 두 종류인 것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담당자는 "복지카드가 두 종류로 나뉜 것은 장애인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지하철이나 전철의 무임승차가 가능한 장애인들이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 교통카드와 복지카드를 함께 소지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았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신한은행과 업무협의를 통해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기능이 포함된 복지카드를 발행하게 되었으며 이런 신용복지카드는 발행비용을 신한은행이 부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기능이 서로 다른 복지카드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몇몇 주민자치센터에 직접 문의해 보니 복지카드로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민원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으나 신용복지카드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김씨가 살고 있는 천안시에서는 복지카드 중 한 종류의 복지카드만 선택해서 발급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 다산콜센터(120번)에 문의하니 두 가지 복지카드 모두 발급 받을 수 있다고 서로 다르게 안내했다.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2013 장애인 종합안내1권'의 규정에 따라 둘 중 하나만 발급 받을 수 있다고 최종 확인해 주었다.
복지카드의 명칭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앞선 사례의 김씨가 방문했던 은행의 직원은 "우리 은행의 업무 규정에는 장애인임을 확인할 때 '장애인등록증'이나 '장애인증명서'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김씨가 소지한 것은 '신용복지카드'였고 주민등록번호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며 업무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등록된 장애인에게 '장애인등록증'을 내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장애인 등록을 마치고 주민자치센터에서 발급 받는 것은 '복지카드'이다. 법적 명칭과 실물 등록증의 명칭이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하여도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의 요구 때문"이라는 모호한 대답만을 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 등록'이란 어휘에 대하여 불쾌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좀더 부드러운 용어인 '복지카드'를 실제 장애인등록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분증명서 인정 및 명칭 단일화 등 제도 개선 필요이번 김씨의 사례를 취재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선은 국가가 장애인임을 확인해주는 장애인등록증을 민간업체인 신한은행이 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사랑카드'와 같이 정부가 영유아 보육료를 지원하기 위한 결재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의 카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장애인등록증은 일종의 장애인을 증명하는 신분증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법적 증명서인 것이다. 그런 중요한 증명서를 민간기관에 위탁해서 발행하는 것이 이해할 수가 없다. 장애인 개개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있다.
명칭 또한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의 설명대로 장애인등록이란 용어에 대하여 장애인들이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유라면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 등록증을 '장애인복지카드'로 법적 용어를 바꾸면 될 일이다. 그런데 법적 명칭과 실물 증명서의 명칭을 달리 만드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신용복지카드의 도입이나 장애인등록증의 명칭에 대하여 '장애인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답변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정부가 장애인들의 요구를 그렇게 잘 들어주었는지 궁금하다. 이런 장애인등록증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하여 한국장애인총연맹, 한국장애인총연합등 장애인단체들은 지난 7월 장애인등록증(장애인복지카드)의 신분증명서 인정등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안전행정부에 요구한 적이 있다.
요구사항은 크게 두가지로 첫째, 장애인 등록증(장애인 복지카드)이 공식적 신분증명서로 활용·인정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고, 둘째, 등록장애인을 증명하는 장애인등록증과 장애인복지카드의 명칭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인계는 요구사항에 대한 근거로 여러 법률에서 신분증명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증명서로 사진이 부착되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점에서 복지카드도 신분증명서로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안전행정부의 주민등록업무편람에는 신분증명서의 인정범위를 주민등록증, 여권 등 국가 및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증명서 등으로 사진이 부착된 것에 한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중앙선관위는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증명서로서 사진이 첨부되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국가유공자증·장애인등록증·국내거소신고증·외국인등록증·자격증 그 밖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 또는 이들 기관이 기록·관리하는 것으로서 사진이 첩부되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공직선거법 제157조 제1항 및 공직선거관리규칙 제82조)로 규정되어 있다.
이밖에도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이나 도로교통법 등의 시행규칙 등에서 신분증명서에 대한 인정범위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등록증의 신분증명서 인정에 대한 장애인계의 요구에 대해 안전행정부는 "신분증명서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해석하는 법령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마다 각 개별 법령에서 신분증명서의 종류 등을 규정하고 있다"며 장애인등록증의 신분증명서 인정 여부도 "개별 사안마다 그에 해당하는 개별법에 근거하여 권한이 있는 소관 부처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장애인등록증의 신분증명서 여부는 해당 기관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장애인들은 두 종류의 장애인등록증 때문에 생활 속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카드와 신용복지카드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단일화된 장애인등록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법적 용어와 실물 용어의 정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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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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