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비관해 추운 겨울에 계곡에서 옷을 벗고 술을 마시고 잠드는 방법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남편은 살아남고 처는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검찰은 남편을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자살방조죄를 인정하면서도 딱한 사정 등을 감안하고 "고인의 넋을 빌고 고인의 몫까지 성실히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40대인 A씨는 2007년 사업에 실패해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점점 채무가 늘어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이후 잦은 음주 및 자녀양육 문제 등으로 처와 자주 다투어 왔다.
그러던 중 A씨는 2012년 1월 집에서 말다툼을 하던 처가 법원에 전화해 이혼절차를 확인하며 이혼을 요구하자 화가 났다. 이에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나가 충남 금산에 있는 계곡에서 술을 함께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A씨는 잠에서 깨어났으나, 처는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다. 당시 두 사람은 영하의 날씨임에도 옷을 벗은 채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검찰은 A씨에 대해 처가 자살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경제적 사정이나 부부관계, 인적이 거의 없는 장소까지 가게 된 경위, 한겨울 영하의 날씨 속에서 옷을 전부 벗은 채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던 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경제적 어려움, 가정형편 등을 비관한 나머지 술을 마시고 옷을 벗은 상태로 잠을 잠으로써 저체온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방법으로 자살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살하리라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자살 시도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가 쉽게 잠들 수 있게 소주를 제공하면서 옷을 벗으라고 했으며, 자신도 피해자의 곁에서 옷을 벗고 잠듦으로써 피해자의 자살의 실행을 물질적·정신적 방법으로 원조해 이를 용이하게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자살방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처인 피해자가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 옷을 벗고 잠을 자는 방법으로 자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이를 방조한 것으로서 죄질이 좋지 않은 점, 자신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죄책에 상응해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피고인도 경제적 어려움, 가정형편 등을 비관해 피해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점, 뒤늦게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고, 피해자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하거나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하는 등 피해자를 살리려고 노력했던 점, 피고인이 현재 간질장애인인 아들을 포함해 자녀들을 부양하면서 삶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 피해자의 유족인 자녀가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 모든 양형조건들을 참작해, 피고인이 고인이 된 피해자의 넋을 빌고 고인의 몫까지 성실히 살아가기를 바라기에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