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시험 개혁, 출제 단어의 수준이 바뀐다?

"고난이도 단어 사전적 의미 묻지 않을 것"... 암기 위주의 학습에 의한 피해 우려

등록 2013.12.12 17:53수정 2013.12.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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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 년간 잦은불법 문제 유출 등으로 인해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은 SAT시험(대표적인미국 대학 입학시험)이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개혁을 시행해왔다. 이를 위해 SAT 시험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파격적인 인사를 거쳐 미국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형평성을 위해 국가적으로 도입된 '공통 성취 표준화계획(Common Core State Standards Initiative)'의 설계자로 인정받는 교육학자 데이빗 콜먼씨를 영입했다.

최근 콜먼 대표이사가 SAT시험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관련기사 : "SAT 시험 개혁, 2016년까지 완성하기로")한 데 이어, 짐 몬토야 칼리지보드 고등교육 부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SAT시험에서 앞으로 어휘에 대해 묻는 문제들이 바뀔 것을 시사해 교육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관사 고등교육 부사장, 어휘력 측정에 관해 언급해

지난 11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몬토야 부사장은 SAT시험과 관련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으로 자주 지적되는 '어휘력 측정'에 대한 칼리지보드의 개혁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SAT시험은 그동안 '최고 난이도의 어휘력을 요한다'는 악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단어 암기가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 SAT시험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가로저을 만큼 당시엔 어마어마한 양의 어려운 단어들을 외워야 했다. 'SAT시험은 단어만 외워도 고득점을 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받아들여졌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누가 단어를 몇만 개 외웠다더라' '어떤 교재의 단어장이 좋다더라' 등의 소문이 만연했을 정도였다.

SAT시험이 부담스러울 정도로어려운 어휘를 요구해온 까닭은 시험의 성질에 있다. SAT시험의 경쟁대상이자 수많은 일반 학생의 표준대비 성취도를 측정하는 게 본 목적인 ACT 시험과는 달리 SAT시험은 상대평가를 통해 최상위의 대학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는 학생을 선별해내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의 학업 능력 평가에 암기력이 과하게 반영돼서는 안 된다는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들여 칼리지보드는 지난 2005년 'New SAT'라는 이름 하에 개혁을 통해 오롯이 단어 암기력만을 측정하던 유추(Analogy) 부문을 폐지하고, 언어(Verbal) 부문의 이름을 독해(Reading)으로 바꾸는 대신 작문(Writing) 부문을 추가로 도입하는 등 꾸준히 SAT 시험의 단어 암기에의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고, 콜먼 대표이사가부임하면서 그 변화에는 박차가 가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자기 수준에 맞는 어휘력에 간결하고 직접적인 논리가 더해졌을 때 가장 효과적인 언어가 실행된다'는 믿음을 표명했고, 칼리지보드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개혁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종종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몬토야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콜먼 대표이사의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왜 SAT시험이 생소한 단어들을 묻느냐는 질문에 "대학교에서 유용하게쓰일 어휘를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SAT가 앞으로도 추구할 방향"이라면서도 "실제 암기력보다는 문맥상의 활용법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평가되게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해 부문의 대대적인 변화 예고

이는 곧 SAT시험, 특히 그 중에서도 어휘력에 대한 의존도가 큰 독해(Reading) 부문이 변화할 것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2005년에 있었던 것과 유사하게 큰 개혁이 있을 것을 의미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소한 단어의 암기된 뜻보다는 흔히보는 단어가 문맥상 생소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를 묻는 유형이 많아진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나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칼리지보드의 한 관계자 또한 내 의견에 동의했다.

"SAT에서 추구하는 어휘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묻는 기술적('technical')어휘, 그리고 두 번째는 단어의 문장 속 의미를 묻는 저술적('writerly') 어휘이다. 미국의 교육정책의 중심대상이 폭넓게 변하면서 SAT시험은 점차적으로 전자에서 후자로 그 초점을 바꿀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칼리지보드의 콜먼 대표이사 영입은 시쳇말로 '신의 한 수'였다. 십수 년 동안의 추진을 통해 '공통 성취 표준화 계획'을 현실화한 콜먼씨는 '엘리트 선발'의 색깔이 강한 SAT에 ACT와 같이 학생의 전반적인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삽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통 성취 표준화 계획'은 홈페이지에도 명시되어 있듯 "어휘는 글을 읽는 중에 자연히 습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SAT에도 이 사상이반영되게 되는 것이다.

a Common Core State Standards Initiative 현 칼리지보드 대표이사인 데이빗 콜먼씨의 작품인 '공통 성취 표준화 계획'의 홈페이지. 자연스럽고 능동인 학습을 추구하는 콜먼 대표이사의 사상이 드러난다.

Common Core State Standards Initiative 현 칼리지보드 대표이사인 데이빗 콜먼씨의 작품인 '공통 성취 표준화 계획'의 홈페이지. 자연스럽고 능동인 학습을 추구하는 콜먼 대표이사의 사상이 드러난다. ⓒ Corestandards.org


"특정 고난이도 단어의 사전적 의미 묻지 않을 것"

SAT시험의 어휘력 측정에 대해셰럴 밀러 칼리지보드 평가개발 부사장은 서면을 통해 칼리지보드의 방향을 암시했다. 칼리지보드의 문제은행개발을 책임지는 밀러 부사장은 독해 부문에서 쓰여지는 단어나 지문의 내용 등의 선발 경위를 설명하면서 기존 칼리지보드의 통상적 입장과 달리 "학업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생활('civic life')에서 쓰기에도적합한 단어들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아가 앞으로 중용될 어휘의 성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둘 이상의 뜻을 갖고 있는 단어나 구절이 문맥상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특정 고난이도 단어의 유일한 사전적 의미를 묻는 문제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이는 위에 언급한 SAT 어휘의 분류로 치자면 철저히 기술적 어휘를 묻는 문제를 배제하고 저술적 어휘를 묻는 문제 위주로 바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특히 독해 부문에서 대체로 기술적 어휘를 묻는 '문장 완성(SentenceCompletion)' 섹션의 비중이 극히 줄어들 것이며, 2016년을 기점으로는 완전폐지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대신 지문 내에서 일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의 단어가 문맥상 사전적 의미와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를 묻는 문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필자와 같이 효율성 위주의독해와 철저한 논리를 바탕으로 SAT에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강점으로 적용될 반면, 대부분의 단어 암기와 문제의 유형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똑똑한 학생을 추구하는 SAT

a SAT Reading 개혁 급변할 SAT Reading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SAT Reading 개혁 급변할 SAT Reading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 강윤종


미국에서는 종종어휘력을 한 마리의 앵무새에 빗대어 표현한다. 쇠약한 앵무새의 깃털을 염색해주고 부리를 윤기나게 칠해서건강해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그 새가 건강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암기하고읊어서 똑똑해 보일 순 있지만 실제로 지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의 SAT 시험은 겉으로 똑똑해 보이기만 하는 학생을 더 이상 우대하지 않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어휘를 똑똑하게 응용할줄 아는 학생을 추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 기자인 제임스 머피 기자는 "사람들 모두 어떠한 형태로든 사전 여러 개를 몸에 지니고 사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수천 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라면서 저명한 언어학자인 데니스 바론의 말을 빌려 "단어의 철자법을 외우는 건 중요해도 모든 단어의 (사전에 있는) 세 번째 뜻을 외울 필요는 없다"고 뜻을 같이했다.
덧붙이는 글 강윤종 기자는 현재 한 어학원에서 SAT 담당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SAT #칼리지보드 #JK강 #제이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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