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언론들 '12·12군사반란'을 '12·12사태'로 표기

'12·12'는 '군사반란'이지 '사태'가 아냐

등록 2013.12.13 10:13수정 2013.12.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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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2·12군사반란'을 '12·12사태'로 표기한 기사제목들

'12·12군사반란'을 '12·12사태'로 표기한 기사제목들 ⓒ 다음


대통령에서 빚쟁이로..12·12사태 그후, 전두환의 34년-<노컷뉴스>
1212사태가 뭐지"...생소한 네티즌들에 일부 네티즌들 "1212사태를 모른다고?" '경악'-<조선일보>
1212사태 의미는? "전두환 쿠데타 벌써 34주년"-<아시아경제>
전두환 쿠데타 34주년 '12.12사태' 의미는?-<데일리안>
"1212사태가 뭐지?" 네티즌 관심 34년 전..이럴수가-<MBN >
'1212사태' 무엇? .. 34년 전 사건, 누리꾼 '관심 UP'-<세계일보>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일당이 지난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역사는 이를 '12·12군사반란' 또는 '12·12쿠데타'로 부른다. '12·12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딱 34년이었던 지난 12일, 대부분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이 조금 이상하다. '12·12사태'라고 표기한 언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언론, '12·12군사반란'을 '12·12사태'로 표기

군사반란을 사태로 표기한 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다. 다음 국어사전은 '사태(事態)'를 "벌어진 일의 상태나 일의 되어 가는 형편"이라고 풀이했다. 즉 '가치중립'이다. '12·12사태'는 그냥 12월 12일에 일어난 한 사건이라는 뜻인 것이다. 하지만 군사반란은 군인이 민주헌정을 유린한 쿠데타이다. '학살자' 전두환은 5·18민중항쟁을 '광주사태'라고 불렀다. 자신들이 민주시민을 학살한 것을 숨기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정부는 5·18민중항쟁을 '5·18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른다. 5·18민주화운동이 정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1996년부터다. 광주사태에서 5·18민주화운동까지 무려 16년이 걸린 셈이다. 명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12·12사태'가 아니라 '12·12군사반란'으로 불러야 한다. 그래야 12·12 성격이 확실히 설명된다. 대법원도 '12·12사태'가 아니라 '군사반란'이라고 판결했다. 1997년 4월 17일 12·12와 5·18 사건 최종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1997.04.17)

대법원은 '군사반란'...교과서는 '12·12사태'로 표기


언론만 아니라 교과서도 '12·12사태'라고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서울 중랑을)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가 공개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인터넷 전시본'을 분석한 결과, 최종 검정을 통과한 8개 출판사의 교과서 중 지학사 1종을 제외한 나머지 7종이 '12·12 쿠데타'를 '12·12 사태'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대법원 판시를 예로 들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반란죄를 인정한 12·12의 군사반란적 성격 규정과는 엄연히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 원인에 대해 박 의원은 "근본적으로 교육부가 12·12'에 대한 편수용어 지침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편수용어는 교과서 기술에 반드시 사용하도록 규정한 용어로써 출판사가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면 심사에서 자동 탈락하기 때문에 교과서 기술의 강제기준이 되는 자료"라고 밝혔다.

교육부 "'12·12사태'로 표기한 것은 '12·12' 성격 규정이 완료 되지 않아서"

그럼 교육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박홍근 의원은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편수용어는 학계가 정리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데, 아직 12·12의 성격규정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2·12 군사반란이 발생한지 꼭 34년째 되는 날인 오늘까지도 학계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편수용어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일선 학교에서 '12·12'를 '사태'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만큼, 군사반란적 성격을 역사교과서에 명확히 기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역사적 실체를 학생들에게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대한민국은 12·12군사반란만 아니라, 5·16군사반란을 국회에서 "혁명"이라 부르고, 민주공화국 고위공직자들은 5·16을 군사반란으로 부르지 못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교과부는 하루 빨리 12·12를 군사반란으로 표기하도록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2·12 군사반란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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