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라 불렸던 그녀, 저희 엄마 '김경희'씨입니다.
전소현
그리고 그녀가 25세가 되던 해 4월,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이듬해 첫 딸을 낳습니다. 이제 그녀는 "주현 엄마"라는 이름을 살아갑니다. 그녀를 사랑하던 남자도 "주현 엄마", 시어머니는 물론 친정 엄마까지 "주현 애미야" 혹은 "애미야"라고 부릅니다. 4년에 한 번, 혹은 5년에 한 번 선거날이나 돼야 투표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내밀 때, "김경희씨?"하며 선관위 직원이 이름을 물어볼 때나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됩니다. "주현 엄마"라는 호칭은 그 후로 오랫동안 불리게 됩니다. 가끔 "소현 엄마"라고도 불리긴 하지만 어찌됐든 그녀는 1984년 이후 지금까지 "주현 엄마" 혹은 "소현 엄마"로 살아갑니다. 더이상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도 새로운 삶도 주어지지 않은 채, 30년 넘는 이 세월을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엄지, 꼬맹이, 작은고추, 독한 것, 똘똘한 미스 김은 때때로 '내 이름의 인생은 무언가?'라는 한숨 어린 회한이 밀려옴을 느낍니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 두 딸을 자신이 못한 공부까지 훌륭히 시켰습니다. 곧 환갑이 다가오는 남편이 지금까지도 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내조했고, 비가 새던 5평짜리 월셋방에서 따뜻한 32평의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끔 아끼고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주현 엄마", "소현 엄마"라 불리는 지금이 싫지 않습니다. 잘 자라준 자식들 덕에 "주현 엄마" "소현 엄마"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12월 15일은 '엄지' '꼬맹이' '작은 고추' '독한 것' '똘똘한 미스 김' '주현 엄마' '소현 엄마'의 56번째 생일입니다. 이제 슬슬 "재원 할머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그녀에게, 아무리 "주현 엄마" "소현 엄마"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이날 만큼은 꼭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
"김경희씨, 생일 축하합니다. 그리고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그리고 추워진 이 겨울, 이 연말. "내복이라도 꼭 챙겨입고 다녀라"라고 우리에게 걱정어린 말씀을 전하시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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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은 김경희씨의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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