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된 마당에 국정원 개혁 웬 말?"

새누리 '국정원 개혁특위' 흔들기... 서상기 "범국가적 비상체제 가동해야"

등록 2013.12.13 11:44수정 2013.12.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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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기 "장성택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13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직전 사진을 들어보이며 "최근 북한에서 쓰고 있는 기관총으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상기 "장성택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13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직전 사진을 들어보이며 "최근 북한에서 쓰고 있는 기관총으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희훈

북한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해임 나흘만에 사형에 처한 사실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은 대선개입 의혹으로 개혁요구에 직면한 국가정보원을 '비호'하고 나섰다. 북한의 급속한 권력지형 변화가 예고되는 시기에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을 흔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였다. '기관총 처형'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흘리며 '장성택 처형'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전면에 섰다. 그는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장성택 처형' 관련 국정원 보고 내용을 브리핑하며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가정보원의 최고지도부가 국회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 합당하냐"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를 소집해 국정원의 관련 보고를 받을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서 의원은 이날 '장성택 처형' 뉴스를 확인한 후 국정원에 요청해 유선으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정보위 소집 여부는)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면서 전날(12일) 열린 국정원 개혁특위도 문제 삼았다. 그는 "딴 얘기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어제 특위 한다고 국정원 최고지도부가 국회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면서 "눈을 부릅뜨고 북한의 방송과 자료를 수집해야 할 엄중한 시기인데 국민들과 많은 정보기관원들이 국회 특위 중계 방송을 시청했다는 자체가 국가적으로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도 "국민들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보면서 국가안보의 불안을 느끼고 있고, 특히 국정원 개혁특위 활동을 보며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북한의 권력지형 급변이 예고된 시기에 국정원이 제 할 일을 못하도록 국회가 발목을 잡고 이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특위는 전날 '비공개'로 열렸다. 적어도 많은 정보기관원들이 중계방송을 시청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기관총 처형, 국정원 확인된 바 없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장성택 처형 '충격'... 군 관계자 대응 분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 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장성택 처형 '충격'... 군 관계자 대응 분주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 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남소연

서 의원은 국정원의 보고 내용과 자신의 판단을 뒤섞어 발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장성택의) 사형집행방법은 최근 북한에서 쓰고 있는 기관총 사살일 것으로 추정되나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 의원의 발언은 즉각 속보로 퍼졌다. 그러나 그는 "기관총 처형 추정은 국정원의 보고내용인가"라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을 받고 "(기관총 처형을 당했던 부하보다) 장성택에 대해 더 관대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제 개인적 판단이다"고 말했다. 이에 "국정원에 처형방법을 확인해본 것이냐"는 질문에도 "(국정원은) 거기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했고 내 생각에는 (부하의) 처형방법보다 더 관대했을 가능성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관총 처형'에 대한 신빙성이 문제되자, 국정원의 '장성택 처형 평가 및 분석' 보고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혔다.

앞서 서 의원은 "북한의 장성택 신속처형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반증하고, 장성택을 둘러싼 내부 논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서 "즉, 북한의 개혁 개방 가능성이 더욱 저하되고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강화됨으로써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국정원의 상황평가 보고를 전했다.

또 "앞으로 김정은이 권력 재편 과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난 해결이 지연될 시에는 권력층 분란 및 민심 이반에 따른 체제 지탱력이 약화될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면서 "북한이 내부 불안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대남도발 자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서 의원은 기자들과 문답 과정에서도 "북한 내부의 불만·혼란요인을 대남도발로 혹은 핵실험, 미사일 이런 쪽으로 '커버'할 가능성 있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비상체제를 가동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서 의원의 '기관총 처형' 출처 번복 이후 이 같은 국정원의 평가 부분 출처에 대해 거듭 질문을 던졌다. 서 의원은 이에 "상식적으로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국정원의 보고 내용에 대해 공감해서 발표하는 것이고, 공감하지 못했다면 조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기 "장성택,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최근 북한에서 쓰고 있는 기관총으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서상기 "장성택,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최근 북한에서 쓰고 있는 기관총으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남소연

이번 사태와 관련, 국정원의 역량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대북 휴민트, 즉 인적 정보망이 거의 말살되다시피 했는데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지난번 장성택 실각도 북한의 발표보다 1주일 이상 빨리 포착했고 이번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미리 예측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정보망(휴민트) 복원에 대한 평가도 국정원의 보고 내용에 있나"는 질문에 "그건 오늘 언론에도 나왔고 저도 공감하고 있고 (국정원) 자체에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으리라 믿는다"면서 "국정원이 자화자찬할 필요는 없지요"라고 말했다.

최경환 "국정원 개혁 매몰됐다가 대북정보 놓쳐서는 안 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도 이번 사태를 거론하며 야권의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표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장성택 처형 등 북한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정원 개혁에만 매몰됐다가 대북정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된다"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내파트 대폭 축소나 대공수사권 폐지는 북한 추종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긴급사태 발생에 철저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원의 '셀프개혁안'에 대해서는 "대테러·방첩 등 국가안보기능을 강화하고 정치개입 논란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개혁의지가 나름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민주당 등이) 대공수사권 폐지가 국정원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자, 철 없는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대공수사에 가장 필요한 조직이 국정원이다, 검찰과 경찰은 일반범죄 사건의 사후처리를 하고 있어 예방적 성격인 대공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정원의 손발을 묶어놓고 무장해제 시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질수록 우리 남한에 대한 직·간접적 공격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북한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정보기관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성택 처형 #국가정보원 #서상기 #국정원 개혁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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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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