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신가요" 노래 자보까지 등장

친필 대자보에 넘어 영상-그림-프리젠테이션-키네틱 타이포 등 진화중

등록 2013.12.16 15:57수정 2013.12.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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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한 대학생의 물음에 대한 응답이 대자보를 넘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노래와 영상, 그림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대학가를 넘어 중고등학교와 직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안녕' 대자보가 시작된지 6일 째인 16일 오후,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공감의 뜻을 나타내는 '좋아요' 클릭 수가 20만 건을 돌파했다. 대자보 게재를 요청하는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운영진은 아예 게시물 작성 권한을 모두에게 허용해 누구나 직접 대자보를 올리도록 했다.

15일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앞서 고려대 학생 주현우(27)씨가 교내에 붙인 대자보에 응답하는 '뮤직비디오 자보'였다.

주씨는 대자보에서 "파업한 수천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직위해제 당하고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이 목숨을 끊었는데도 모두들 안녕하냐"고 물었다. 강영석씨가 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뮤직비디오 자보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다만 질문 내용을 종이가 아닌 '노래'와 '영상'에 담았다.

"엄마는 울고 있는데... 할매는 넘어졌는데... 아빠가 아파하는데..."

유튜브(영상 공유 사이트)와 사운드클라우드(음원 공유 사이트)에도 게재된 이 영상과 노래를 재생하면, 전국 대학에 붙은 대자보 사진 등과 함께 노래 한 곡이 흘러나온다.

"안녕들 하신가요? 엄마는 울고 있는데
안녕한가요! 숨죽이라는데
안녕들 하신가요? 밤은 깊어가는데
안녕한가요! 새벽 오질 않는데


너도 나도 모두에게 안녕을 말하지만
몸도 맘도 모든 것을 잃어 가잖아요

안녕들 하신가요? 할매는 넘어졌는데
안녕한가요? 좋은 게 좋은 건가요?


너도 나도 모두에게 안녕을 말하지만
몸도 맘도 모든 것을 잃어 가잖아요!
너도 나도 이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몸도 맘도 좋이며 내 갈 길 가야 하나요?

안녕들 하신가요? 아빠가 아파하는데
안녕한가요? 길을 잃었는데
안녕들 하신가요? 안녕들 한가요!
안녕한가요? 아니요 할까요"





 중앙대 국문학과 08학번 공민우씨가 그린 '안녕들 하십니까' 그림 자보
중앙대 국문학과 08학번 공민우씨가 그린 '안녕들 하십니까' 그림 자보'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하고 싶은 말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제작한 동영상도 등장했다.

양혜진씨는 애국가 피아노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깐 영상에 영리병원 도입과 수서발 KTX 분리운영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귀를 실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복지를 도모하는 데 있다"는 명언도 곁들이며 "안녕치 못하다면 귀 기울여 주세요, 당신의 작은 관심과 용기가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했다.

박세진씨는 키네틱 타이포(kinetic typo) 그래피라는 영상디자인 기술로 자보를 작성했다.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는 화면에서 문자의 크기·박자·리듬·속도 등을 조율해 문자만으로 영상과 같은 정보를 담아내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사진작업, 캘리그래피, 만화 등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자보 등 점점 응답 대자보에 젊은이들의 창의력이 더해지고 있다. 

대학생 이어 고등학생·직장인까지 확산

 군산여자고등학교 대자보
군산여자고등학교 대자보'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이 페이지에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이 직접 대자보를 써붙여 찍은 사진도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 흥덕고의 한 2학년 학생은 교내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먼 훗날에도 안녕하지 못한 삶이 대한민국에 스며들게 될까 걱정"이라며 "학생들이 조금 더 민영화에 관심을 두고 많은 물음을 던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산여고 1학년 채자은양도 학내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고 "3.1 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직장인들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은 대자보를 통해 최근 결성된 다산콜센터 노조를 언급하며 "제가 안녕할 때 안녕치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안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이 각 대학에 붙은 대자보를 연이어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일베 홈페이지에는 고려대·서강대에 이어 각 대학의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인증 글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중앙대에서는 허가된 게시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 직원이 대자보를 철거하는 일이 벌어져 비난이 일기도 했다.
#대자보 #민영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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