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임페리엄실제 실물 생산한 카드들을 분류하는 작업
메모선장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실물 생산 작업은 인쇄소를 비롯해 메모선장과 보드게임 동아리 회원들이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물 생산 과정에 대해 궁금해할 대중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가.
"소량 생산이라 공정 전체를 업체에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카드 따로, 박스와 스티커 따로, 설명서 따로 주문한 뒤, 동아리방에서 조립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카드를 번호대로 쌓아놓고 두 장씩 모아서 지퍼백에 넣었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박스에 스티커를 붙인 뒤 카드와 매뉴얼을 넣었다. 여덟 명 정도가 이틀간 작업했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아직 밥 한 끼 못 사서 악덕 사장이 된 기분이다."
- <한국독립게임마당>을 통해 위탁판매 중인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경우 일반적인 보드/카드게임의 출판 경로와는 차이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한국독립게임마당>과 계약을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
"텀블벅 프로젝트가 끝난 뒤 한동안 쉴 생각이었는데 연락이 왔다. 텀블벅 프로젝트 목적이 원래 '개인이 아이디어와 기획만으로 보드게임을 출시하는 선례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낮춰보자'는 것이었는데, <한국독립게임마당>의 취지도 비슷해서 마음에 들었다. 보드게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고 이를 계기로 인디 보드게임이라는 층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카드에는 삽화가 들어있지 않다. 컬러셋과 그러데이션 컬러셋을 응용한 스트라이프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는데 순수한 게임의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은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재미에 만족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재 판매 중인 KIGS 에디션(초판)의 판매가 종료되면 삽화가 들어간 확장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해외 출시도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게임 장르가 SF인데다 카드 종류가 많아서 소규모로 메이저 시장 게임들처럼 제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 전략 카드게임 상당수가 하다 보면 그림은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삽화를 포기하고 직관적, 감각적인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했다. 충분히 아이디어가 모이면 확장을 만들 예정이고, 이때는 삽화를 넣고 싶다. <보드게임긱>의 공개판을 보고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가 새 디자인을 만들어 올려주기도 했는데, 이걸 보니 외국에서 더 좋아할 게임이겠구나 싶었다. 해외 출시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다."
- 최근 종방한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온 보드게임이 대중들로부터 일시적인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이라는 문화는 대중의 관심이 부족한 분야이기도 한데, 디자이너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보드게임 산업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의견을 말해줄 수 있나."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체를 통해 보드게임이 소개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시도에 덧붙여 대학가 공략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학가에는 보드게임을 할 사람과 시간과 공간이 있다. 그리고 인디 보드게임이 소개되고 평가받고 발매되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도 있다. <비콘>과 크라우드 펀딩이 좋은 창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각각 단발적이고 파편적이라 정보가 집적되지 않고 층을 이루기 어렵다. 층이 이루어져야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해보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포기하지 않고, 그래야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기 바란다."인간은 음식 없이 40일을 살 수 있지만 물 없이는 3일도 버티지 못한다. 창작에 있어 음식은 돈이고, 물은 비평이다. 영화처럼 보드게임에도 많은 사람의 논평이 집적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보드게임이나 TRPG는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의 문화다. 이 때문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만나보기 어렵고, 만들어보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하여 맨땅에 헤딩하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출시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가 시작을 하게 되면 다음 주자들이 실패할 확률은 줄어든다. 한국에서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이러한 창작 문화가 사람들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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