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시위 중인 공공노조 조합원들
신용쾌
18일 아침, 당직근무를 하고 퇴근하는 길.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아래 공항공사) 건물 입구 현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7일부터 벌써 12일째 이어지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아래 노조) 노조원 500여 명의 무기한 파업 현장이다.
매일 이어지는 집회와 행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부터 공항공사 건물까지, 이제는 익숙한 모습이다. 머리띠와 망건을 쓰고 추위에 꽁꽁 싸맨 모습들. 피곤하고 힘든 얼굴이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인천공항에 고용된 7000여 명의 노동자 중 6000여 명이 비정규직 및 용역 직원들이다. 이는 인천공항 총 직원의 87%에 달하는 숫자다. 노조에는 17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그들의 뜻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결정하고, 고용안정, 임금인상, 인력충원, 노조활동 보장 등을 각 용역업체와 공항공사 측에 요구했다.
나 또한 그 6000여 명에 속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지만 파업에 참가할 수 없는 직군이다. 도리어 비정규직이 같은 비정규직을 감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위치에 있다. 나는 이번 파업에는 참여할 수 없는 특수 경비원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그 누구라도 저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은 같을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노조원 1700여 명이 집단 사직서를 쓰고 그것을 공항공사에 제출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날 오후 11시께부터 인천공항 교통센터(공항철도역)에는 100명이 넘는 노조원들이 돗자리를 깔기 시작했다. 2박 3일간의 노숙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철도노조 파업도 저 모양인데 공항 비정규직이 파업을 한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냐고. 그렇다. 파업이 열흘 넘게 이어졌지만, 어느 방송·신문사에서도 제대로 보도해준 적이 없었다. 노동운동 안에도 차이는 있다. 그 주체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하는 것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비정규직도 사람이고 그들도 노동자이다.
지난 몇 개월간 그들은 공항공사의 문을 두드리고 묻고 또 울부짖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침묵과 매번 똑같은 한 장의 답변서들. '법이 그러니 공항공사는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다. 소속 용역업체와 협의하라'는 식이다.
'주인의식' 가지라더니... 인천공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17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려면 25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다. 또 "노조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 기존 계약 사항을 변경해야 하는 등 국가계약법을 위반하게 된다"며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유지보수 노동자부터 흰머리가 가득한 청소 아주머니까지, 그런 대답을 듣기 위해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것은 아니다. 자기 집 마당에서 싸움이 나고 있으면 그 집 주인이 나와 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던가. 용역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공항공사가 '슈퍼갑'인데 당연히 공사 눈치를 보고 있지 어떻게 자기들의 소신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협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노조원 150여 명의 공항 출입카드가 정지되고 1700여 명의 사직서는 노조 지도부에 위임됐다. 현재까지는 최소한의 운영요원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노숙농성이 끝나는 19일까지 공항공사 측이 성의 있는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업무거부를 예고하고 나섰다. 만약 대체인력이 투입된다고 해도, 10년 이상 업무가 손에 익은 노동자들에 비해 그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는가.
공항은 그런 곳이다. 어느 한 곳만 업무 차질이 와도 그 연쇄반응은 승객의 불편으로 나타난다. 이는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드러난 사실 아니었던가. 내가 쉬는 시간에 잠시 일터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고 있을 때, 미국인으로 보이는 남자 승객이 파업에 대해 물어왔다. 낮은 실력의 영어로 설명하자 그는 말없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여주었다.
아무리 세상 모든 일은 법에 의해 조율된다지만, 이번 문제는 법만 내세워서는 아무런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만 내세우지 말고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노조원 중 한 청소노동자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다.
"힘들다 힘들어. 그렇지만 지금 힘들다고 그만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을 것 아닌가. 외국 사람들이 우리보고 사진 찍고 젊은 공항 직원들이 우리보고 낄낄거려도 우린 안부끄럽다. 왜?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또한 공항직원으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자." 그렇다면 공항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나는 내일 또 그들을 감시하는 자리로 출근을 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인천공항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공유하기
인천공항에서 노숙... "나쁜 짓 아냐, 부끄럽지 않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